[한일 정상회담] 원전 오염수 방류문제 논의 日, 개별국가에 시찰 처음 허용… 기시다 “한국내 우려 잘 알고있어” 대통령실 “수산물 수입 논의 안해”… 일부선 “日 방류에 명분 줄수도”
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국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일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날 확대정상회담은 1시간 3분 동안 진행됐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7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해 한국 전문가들로 꾸려진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하면서 양자 차원 조사의 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아닌 개별 국가에 시찰을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에 동행한 기하라 세이지 관방 부장관은 이날 한국의 시찰단이 23일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당장 다음 달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알려져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이 오염수에 가장 많이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번 시찰단 파견이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시찰이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 경우 자칫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韓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논의 안 돼”
이번 시찰단 파견은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을 일본 측에 여러 차례 구체적으로 전달했다”며 “회담 준비 때부터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준비했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담) 의제로 포함되지도 않았고, (정상 간) 논의도 오고 가지 않았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당면 과제라 양국이 먼저 이(오염수) 문제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3월 한일 정상회담 직후엔 일본 정부와 언론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완화 등을 거론했다고 보도하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된 바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국민 안전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 내부에선 한일이 양자 차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 검증에 나설 경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우려를 둘러싼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염수에 대한 검증이 확실해질수록 수산물 수입에 대한 안전성이 담보될 가능성도 커지고, 국민들도 그만큼 덜 불안하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 “특정 국가에 처음 문 열어” vs “방류 명분 삼을 수 있어”
다만 이번 시찰단 파견이 실제 오염수 검증에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은 그동안 4번이나 우리가 일본에 찾아가도 문전박대하지 않았느냐”며 “특정 국가에 문을 열고 안전성 검증에 나선 자체가 이례적이고 평가할 만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도 “자료 준비 등을 어떻게 해가느냐가 핵심”이라면서도 “일본이 양해를 구하고 독자적으로 시료를 제공하겠다 하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일단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면서 “준비가 안 된 시찰단을 상대로 일본이 형식적인 수준에서 조사에 응한다면 향후 방류 시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