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물가상승률 3%대 진정에도 상승 품목 수는 1년 전보다 늘어 외식 7.6%-가공식품 7.9% ‘껑충’ 설탕값 급등에 슈거플레이션 우려
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낮아졌지만 전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오히려 1년 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오름폭보다 4%포인트 가까이 높아 3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올 1월부터 세계 설탕 가격이 약 28% 뛰며 설탕값이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 물가 품목 83.8%가 값 올라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상품과 서비스 품목 총 458개 가운데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 수는 384개였다. 전체의 83.8%에 달하는 규모다. 전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 수는 55개에 불과했다. 담배 등 나머지 19개 품목은 가격 변동이 없었다.
반면 지난해 4월에는 전체 품목 중 363개(79.3%)의 가격이 전년보다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오르며 지난해 2월(3.7%)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4.8% 물가 상승률을 보였던 지난해 4월보다도 가격이 오른 품목 수가 많은 것이다. 물가 오름폭은 꺾였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높을 수밖에 없다.
곡물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이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되는 데다 최근 대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수요도 점차 회복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밀가루, 초콜릿 등 가공식품들도 7.9% 뛰며 전체 물가 상승률보다 4.2%포인트 컸다.
● 설탕값 상승에 슈거플레이션 우려↑
먹거리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 등에 들어가는 설탕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 4월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49.4로 2011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올 1월과 비교하면 27.9% 올랐다. 국제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설탕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수입 단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탕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국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외식물가 역시 오름세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지난달 빵(11.3%), 스낵과자(11.1%), 아이스크림(10.5%) 등은 10% 넘는 상승 폭을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생활에 밀접한 카페, 제과점 등에서 설탕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설탕값이 오르면 소비자들의 물가 상승 체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식품업계는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대체 당(糖)을 활용하는 등 설탕값이 오르더라도 제품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