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이 82억 달러(약 11조 원)에 육박하며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올 1분기엔 현대차와 기아가 합산 영업이익 ‘6조 원 시대’를 열며 글로벌 톱 수준으로 올라섰고, 특히 전기차 판매에서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대표 기업들을 빼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경쟁력은 상당히 뒤처진다. 부품업체 가운데 전기차 등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18% 정도에 그친다. 부품사 73%는 미래차 대응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미래차 부품 1종 양산에 평균 13개월이 걸리고, 개발비용만 13억 원이 들다 보니 중소업체들이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중소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초소형 차나 1t 트럭, 버스로 틈새시장을 공략하지만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미국, 중국 등에서 다수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제2 테슬라’ ‘제2 비야디’를 꿈꾸며 약진하는 것과 달리 국내 신생기업들은 독창적 기술을 갖고도 적기에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거의 무방비로 산업구조 격변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 도태되지 않고 ‘글로벌 미래차 3강’으로 도약하려면 적어도 경쟁국 수준의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반도체·배터리처럼 전기차 설비 투자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늘리고, 초격차 기술 확보와 우수 인력 육성을 위한 세제·금융 지원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자동차 생태계 저변을 담당하는 중소·신생기업들이 미래차에 올라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