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의 대모’ 수전 순금 콕스 11일 입양의 날 맞아 한국 방문 “입양시기 지나면 시설서 지내야 입양을 하나의 선택지로 봤으면”
‘입양인의 대모’로 불리는 수전 순금 콕스 여사가 8일 서울 마포구 홀트아동복지회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입양은 제게 기회였습니다. 보육시설에 있는 아이들이 가정에 속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 중 하나가 입양입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6년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 1세대’ 수전 순금 콕스 씨(68)는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콕스 씨는 11일 ‘입양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서 태어난 입양인 4명과 한국 땅을 밟았다.
콕스 씨는 네 살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오리건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되면서 ‘순금’이란 본명에 더해 ‘수전’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그의 부모는 이후 한국 출생 남동생을 한 명 더 입양했다. 콕스 씨는 “자녀들이 최근 결혼해 내게 손자를 안겨줬다”며 “내가 입양이 되지 않았다면 모두 누릴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콕스 씨 일행은 8일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을 둘러봤다. 시설에선 입양을 기다리며 지내는 장애아동을 포함해 장애인 50여 명이 쇼핑백을 만들고 있었다. 콕스 씨는 “입양 시기를 놓치고 시설에서 평생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며 “많은 이들이 시설보다 좋은 가정을 만나 내가 누렸던 것들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콕스 씨와 함께 방한한 다른 입양인들도 “입양이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입양인이면서 자신도 두 명의 한국 출생 자녀를 입양한 수전 타히어 씨(49)는 “가장 이상적인 것은 태어난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며 “그런 경우 입양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에서 신경행동발달을 전공한 입양인 주디 에컬리 씨(46)는 “연구 결과를 보면 시설에서 지내는 것보다 입양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보육시설을 출소하면 지원이 끊기지만 가정은 든든한 뒷받침이 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콕스 씨는 국내 입양이 좋지만 해외 입양에도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나는 미국으로 입양된 게 아니라 가정으로 입양된 거예요. 모든 아이들에겐 가정에 소속될 권리가 있습니다.”
고양=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