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동탄 신도시도 김포처럼 교통지옥 심각 대중교통 계획 없이 신도시부터 건설한 결과 광역교통체계 마련해 출근길 행복도 높여야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김포 한강신도시와 김포공항 구간 10개 역을 운행하는 김포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이 ‘지옥철’의 대명사로, 그리고 ‘김포골병라인’이라는 별칭으로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다. 최대 285%의 혼잡률을 기록하면서 차량 내 혼잡으로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포시, 서울시,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그 해결책은 도시철도 이용 수요를 타 교통수단으로 전환해 혼잡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령 출퇴근 시간에 수요응답형 버스를 투입하거나, 동일 구간을 운행하는 버스노선의 운행 대수를 증편하는 것이 그런 조치의 일환이다. 또한 버스전용차로를 연장해 버스의 통행시간 경쟁력을 높여 골드라인에서 버스로의 수단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들도 거론된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간에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해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앞서 언급한 단기적 조치만으로는 김포 골드라인의 혼잡 문제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차내 혼잡으로 인한 불편함에도 도시철도에 몸을 욱여 넣는 직장인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출근시간대 서울로 향하는 도로의 극심한 혼잡을 고려해 보면 도시철도의 통행시간 경쟁력과 정시성은 그 불편함을 족히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인 것이다.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의 사례를 보더라도 출근시간 10분을 줄이기 위해 동일한 구간을 운행하는 완행열차 대신 혼잡한 급행열차에 승객들이 몰리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도시철도 수준의 통행시간 경쟁력을 갖춘 대체 교통수단을 제공하거나 골드라인의 차량을 증편하는 것만이 김포의 문제를 완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인 것이다.
주목할 것은 골드라인의 문제가 김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수도권에서의 인구 변화율을 살펴보면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2013년에서 2022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0.6%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서울시 인구는 7.1% 감소한 반면 인천시는 3%, 경기도는 11% 증가하였다. 인구의 절대 규모 측면에서 서울시는 71만 명이 감소했고, 인천시는 87만 명, 경기도는 135만 명이 증가한 것이다. 상당수의 일자리가 여전히 서울에 있는 상황에서 서울로의 출근통행량 증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어느 정도 안정화된 기반을 갖춘 1기 신도시의 경우에도 전체 출근 통행량의 약 30%가 서울로 향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2기 신도시, 그리고 앞으로 건설될 3기 신도시로의 인구이동은 서울로 향하는 출근길을 더욱 불편하고 힘들게 만들 것이다. 2기 신도시 중 파주 운정신도시와 동탄2신도시의 경우 이미 대중교통 부족 문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적절한 대중교통 계획의 수립 없이 신도시가 건설된다면 제2, 제3의 골드라인 사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광역교통의 중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2019년부터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신도시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조직 개편을 통해 ‘선교통계획처’를 신설하여 도시개발에 앞서 교통계획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관계기관 간 협력을 통해 ‘신도시 교통지옥’이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효율적 광역 대중교통 체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 시내에 직장을 둔 대중교통 통근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근시간 행복도는 인생 전반의 행복도와 약 30%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출근시간 동안의 행복도 증진은 인생의 전반적 행복 수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신도시 주민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우선 출근길의 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