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약탐지견 7년만에 부활
3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경기북부청 별관 2층 마약탐지견 훈련장에서 2호 탐지견 소리가 훈련을 맡은 핸들러 김민우 경장(왼쪽)과 극소량의 필로폰 냄새가 흡착된 공을 찾고 있다. 의정부=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폴리, 찾아!”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 동두천시의 한 식당 앞. 마약판매상의 차량 문이 열리자 경기북부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마약탐지견 ‘폴리’가 코를 킁킁거리더니 5초도 안 돼 운전석 아래쪽을 향해 짖기 시작했다. 경찰관이 지목된 곳을 뒤지니 필로폰 투약에 쓰였던 빈 주사기 2개가 숨겨져 있었다. 곧이어 폴리는 뒷좌석 가방에서 비닐 두 겹으로 밀봉된 필로폰 10g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첫 출동이었는데 7년 만에 부활한 경찰 마약탐지견이 곧바로 성과를 냈다”고 했다.
지난달 폴리가 현장에 투입되면서 2016년 1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소속 마약탐지견 ‘큐’가 은퇴하며 명맥이 끊겼던 경찰 마약탐지견 도입이 재개됐다.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이 늘어나는 수색 수요에 따라 마약탐지견을 다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은 관세청이 공항 등에서만 마약탐지견을 활용했다.
● “3초 만에 후각으로 필로폰 찾아내”
3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경기북부청 별관 2층 마약탐지견 훈련장에선 폴리의 마약류 인지 훈련이 한창이었다. 비닐 두 겹으로 밀봉된 일반 공 35개와 극소량의 필로폰 냄새가 흡착된 공 1개를 구별하는 훈련이었다.
핸들러(관리사) 최영진 경위(50)가 “찾아”라고 외치자마자 폴리는 공 36개가 각각 들어 있는 훈련판 구멍을 빠르게 코로 지나쳤다. 필로폰 공이 든 구멍을 찾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초. 폴리는 이 구멍에 코를 박은 채 꼬리를 세게 흔들다가 최 경위를 향해 짖었다.
최 경위는 “폴리의 경우 2019년 12월부터 국내 최초의 경찰 방화탐지견으로 활동하다가 올해 2월부터 2개월간 집중 훈련을 받고 마약탐지견이 됐다”며 “집중 훈련 기간에 매일 4시간씩 훈련을 진행했고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 배치 후에도 매일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는 2017년생으로 래브라도리트리버종이다. 경찰 관계자는 “래브라도리트리버종은 충성심이 높고 다루기 용이해 국내외에서 경찰견으로 많이 활용된다”며 “마약류의 희미한 냄새를 식별하기 위한 집중 훈련을 받은 경우 필로폰, 야바, 대마, 양귀비, 케타민 등 마약류 5종을 인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탐지견은 육안으로는 수색에 한계가 있는 현장이나 마약류 중독 변사 사건 등에 주로 투입된다.
● 2호 탐지견도 이번 주부터 가세
냄새를 통해 범인을 찾는 체취선별견으로 활동해온 2020년생 래브라도리트리버종 ‘소리’는 지난달까지 마약탐지견 훈련을 받은 뒤 8일 경남의 한 마약류 수색 현장에 폴리와 함께 투입됐다. 소리를 담당하는 핸들러 김민우 경장(31)은 “변사 현장에 남은 소량의 흔적만으로 단서를 찾는 체취선별견 출신이다 보니 2주 만에 빠르게 훈련 과정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경기북부청은 당분간 ‘2마리 1조’ 체제로 수색의 정확도와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의정부=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