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를 넘어선 자영업자 대출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늘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금융권 자영업자 대출이 은행권에 비해 5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가운데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부실 리스크가 위험 수위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 자문위원장인 진선미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1년 만에 110조6000억원 증가(12.2%)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문제는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70% 이상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고, 2금융권에서 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부채 규모 뿐 아니라, 질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단 것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말 전체 자영업자 대출잔액 909조2000억원 중 630조5000억원이었던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가 1년새 89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0%를 넘어섰다.
대출 증가 속도 역시 은행권보다 비은행권에서 더욱 빨랐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잔액 중 은행권 대출은 전체의 60.6%인 618조5000억원, 비은행권 대출잔액은 39.4%인 401조3000억원이다. 1년 새 은행권 대출잔액이 5.5% 늘어난 동안 비은행권 대출잔액은 24.3% 급증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대부업 등 고금리로 대출을 발행하는 업권의 대출잔액은 48조5000억원에서 55조9000억원으로, 1년 만에 14.8%나 늘었다.
이에 따라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차주들이 신음하는 가운데, 다중채무자들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대출부실이 증가할 경우, 우선적으로 취약차주 대출 비중이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취약차주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상으로 정의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 비중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전체 차주 대비 취약차주 비중은 2.1%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더군다나 오는 9월부터는 그간 미뤄준 대출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률과 연체율과 같은 건전성 지표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6%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랐고, 같은 기간 다중채무자의 연체율도 0.8%에서 1.1%로 늘었다.
진선미 의원은 “자영업 다중채무자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자영업자 대출의 질적인 악화가 확인된다”며 “지난해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고 자영업자의 상환능력을 높이는 맞춤형 지원방안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경제여건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취약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채무조정 등 부채정리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되, 지원대상을 효과적으로 선별하는 데 필요한 통계를 보다 면밀히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