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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마음 아프다’ 발언에…日전문가 “불충분하지만 분명한 진전”

입력 | 2023-05-09 10:13:00


일본의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은 데 대해 마음이 아프다”라고 밝힌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국 강제동원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이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 동아시아 정세 구축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전문가인 일본 대학 교수 3명에게 한일 정상회담 평가와 향후 과제를 들어 봤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대학원 교수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대학원 교수

한국인의 시각에서 볼 때 기시다 총리의 유감 표명에 불만이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다만 3월 윤석열 대통령 방일 때 기시다 총리 발언(“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과 비교하면 진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과거사 문제를 두고 어느 한쪽에서 깔끔하게 해결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절 같았으면 이런 발언은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일 관계가 향후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 2.0’이 나올 수도 있다. 한 걸음씩 다음 단계로 생각해 가면 된다. 한일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양국 사회에서 결실이 많이 나온다면 일본에서도 역사 인식에 대해 한국을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안보 분야에서 미국 핵 확장억제 신뢰도를 높인다면 한일 모두 공통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 긴장이 높아지는 것은 일본에 바람직하지 않다. 단기적으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면서 중장기적으로 대북 관여 정책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대 대학원 교수

기무라 간 고베대 대학원 교수

과거사 유감 발언이 기시다 총리 개인 의견이라고 말했지만, 한일 외교 당국이 서로 협의해 아슬아슬한 선에서 내놓은 게 분명해 보인다.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적시한) 2015년 아베 담화 수준까지 가능했을 것 같은데 ‘개인 의견’이라는 말은 필요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만만하게 ‘한일 간에 이런 것을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매우 신중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이 리드하고 일본이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일본 외교로서 그다지 좋은 게 아니다. 일본이 한일 관계를 향후 어떻게 하고 싶은지아이디어가 보이지 않았다. 역사 인식 문제를 떠나서 한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일본 정부 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방위 분야 민감한 문제인 한국군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향후 협력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안보 협력 방안은 히로시마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때 있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역시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굉장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오가타 요시히로(緒方義広) 후쿠오카대 교수

오가타 요시히로 후쿠오카대 교수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예상보다 한 발 나아갔다. 다만 일본 정부 입장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피해자, 시민단체, 식민지 문제에 책임을 느끼는 일본 사람들이 보기엔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가 마음을 표현하면서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끝났다는 식의 냉정한 태도로 일관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 여론에 전달됐으면 한다. 이것으로 마침표를 찍으면 안 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진전돼야 한다.

셔틀 외교는 양국 간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이제까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셔틀을 끊고 강한 자세를 보이면서 상대를 이기려고만 했다. 문제가 생길수록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같이 문제를 풀어가는 동반자 자세를 취해야 한다.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인권 차원 접근이 중요한 시기다. 한일이 협력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