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소아과, 왜 없어지냐면…” 현직 의사가 밝힌 ‘폐과’ 이유 셋

입력 | 2023-05-09 10:21: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소아과 진료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폐과 선언’을 한 가운데, 한 소청과 전문의가 온라인상에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7일 직장인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소아과 전문의라고 밝힌 A 씨가 쓴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재직자 인증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A 씨의 소속은 8개 부속병원을 둔 C 의료원으로 표기됐다.

A 씨는 진료 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청과 ‘오픈런’ 사태를 언급하며 의사들이 소청과를 기피하는 이유를 나열했다.

먼저 기본 진료비(수가)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A 씨는 “하루에 100~150명을 진료해도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돈이 너무 적다”며 “소아나 성인이나 수가는 같지만, 성인들은 검사가 많이 붙어서 진료비만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장인 연봉과 비교하면 여전히 잘 벌지만 비슷한 그룹인 타과 의사들과 비교하면 소아과 선택한 내가 죄인일 정도로 회의감이 많이 든다”며 “누가 소청과 가라고 협박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했다. 근데 눈앞에 좀 더 쉬운 길이 있지 않나”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껌 100개 팔아서 마진 1만 원 남기느니, 비싼 거 10개 팔고 같은 마진을 남기는 방향으로 의사들이 자유롭게 직종 변경하겠다는 것”이라며 “타과 전환이 어려운 편도 아니다. 나도 단가 높은 비급여진료를 할 수 있는 타과로 직종 변경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A 씨는 두 번째로 소아 진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소아는 아픔을 표현할 수 없다. 제3자인 보호자와 소통하고 자세한 진찰을 통해 병을 파악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이들은 의사를 무서워한다. 울면서 날 걷어찬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4~5살 아이들은 힘도 세다. 애들은 죄가 없지만, 내 체력은 어쩔 수 없이 닳는다. 가끔 중학생이 오면 고마울 정도”라며 “똑같은 4분 진료여도 성인 15명보다 소아 15명이 훨씬 더 힘들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마지막으로 아이 보호자의 태도를 꼬집었다. 그는 “내 새끼 귀한 건 맞지만 그릇된 부성애와 모성애가 자주 나타난다”며 “이상한 타이밍에 급발진하는 부모들을 다독이고 나면 다음 아이를 진료할 때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부성애·모성애의 발현에 맘카페, 사실관계 확인 없는 감정적 공분까지 3박자로 몇 달 안에 밥줄 끊어지는 의사들 자주 봤다. 이런 이유로 소청과가 폐과 선언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전공을 살려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A 씨는 “체력적으로 살 것 같다. 정부에서 잘 해결해주면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탈주할 건데 부디 날 붙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지난 3월 말 ‘소아청소년과 폐과와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을 열고 저출생, 낮은 수가, 지속적인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지만 662곳이 폐업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중증 소아 환자를 담당하는 어린이 공공진료센터와 24시간 소아 환자에 대응할 수 있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각각 4곳씩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의사회는 ‘본질은 소아과 의사의 공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