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 A 씨 일당들이 판 땅굴 사진. 대전 경찰청 제공
땅굴을 파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 판매하려고 시도한 일당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7개월간 삽과 곡괭이를 이용해 땅굴을 팠지만 송유관에 닿지 못했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9일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송유관 안전관리법)로 8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A 씨(50대·남성) 등 4명을 구속,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 씨 일당들은 지난 3월 충북 청주시 한 모텔을 임대한 뒤 지하실에서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 기름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기술자 B 씨는 대한송유관공사에서 일하던 직원으로 과거에도 송유관 절도 범죄에 가담한 전력 때문에 퇴사한 인물이다. 지름 45cm가량인 송유관은 24시간 관리·유지 체제가 가동돼 구멍을 내서 기름을 빼내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A 씨 일당은 송유관 기름 절도와 판매를 위해 충북 청주와 옥천 등 주유소 2곳을 임대했다. 청주 주유소는 판매 목적으로, 옥천 주유소는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 기름을 빼내기 위해 임대한 것이다.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 A 씨 일당들이 판 땅굴 사진. 대전 경찰청 제공
하지만 옥천 주유소에서 땅굴을 파던 이들은 물이 너무 많이 나오자 1m 정도를 파고 들어간 끝에 작업을 중단했다. 이들이 작업을 중단한 지역은 송유관까지 50m 떨어진 곳이었다.
이후 추가 범행을 모의하던 A 씨 등은 지난 1월 초 국도 17호선이 지나는 충북 청주시 한 모텔을 통째로 임대했다. 해당 모텔은 송유관과 불과 9m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송유관을 30cm 앞두고 경찰에 적발됐다. 국정원을 통해 관련 제보를 접수한 대전경찰청은 지난 3월 3일 현장을 급습, 지하에서 땅굴을 파고 있던 일당들을 검거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나머지 자금책 1명도 추가로 검거했다.
땅굴을 메꿔 복구하고 있는 관계 기관들. 대전 경찰청 제공
A 씨 일당들이 땅굴을 판 지점은 국도 바로 아래였고 해당 지점은 자동차가 하루 평균 6만 6000여 대 지나는 곳으로 땅굴로 인해 지반이 약해져 도로가 붕괴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경찰은 이들을 모두 검거한 뒤 관계 기관에 통보, 범행 장소를 원상 복구했다.
대전경찰청 김재춘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송유관 절도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폭발·화재에 따른 인적·물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송유관 관련 범죄를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