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선박에 사용하는 ‘두께 6㎜ 이상 철판’(후판) 가격 인상을 두고 또다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년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는데 올해는 갈등이 더 심각한 모양새다.
철강업계는 그동안 낮은 가격으로 후판을 공급한 만큼 올해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반면 조선업계는 최근 수 년간 후판 가격이 큰 폭 올랐으므로 올해는 인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선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반기 단위로 이뤄지는 후판 가격 협상에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비용 중 4분의 1 정도가 후판 비용으로 알려져 양측 모두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철강사들이 후판 1톤당 가격을 10만원 인하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수주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만큼 신조 계약 후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손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령 2020년 수주한 선박은 1톤당 60만원의 후판 가격을 적용해 계약을 끝냈는데 건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2023년에 1톤당 120만원 이상 후판 가격이 오르면 배를 만들어도 손실이 발생한다.
반면 철강업계는 지난해 연말 1톤당 80달러 수준에 거래됐던 철광석 가격이 올 들어 100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및 전기료 인상 등으로 생산비용이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기료의 경우 1분기에 이어 올 2분기에 또다시 오를 조짐이다. 철강업계는 전기료가 1Kw당 1원 오를 경우 제품 생산 비용이 100억원 증가하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은 제품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선 올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정해진 수순으로 본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철광성 가격이 지난해 11월부터 50% 가까이 급등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하는 조선사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