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로 진화하는 건기식 헬스케어 기업, 전문가-AI 활용… 최적의 영양제 골라 집까지 배송 뷰티업계, 사람마다 원료 차별화… 컨디션 따라 피부 질환 예측도 개인별 장내 미생물 균총 분석… 맞춤형 유산균 시장도 성장 중
최근엔 건강기능식품도 전문가의 상담 또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암웨이 제공
“친구가 변비에 좋았다는 유산균을 추천해서 먹고 있는데 왜 저는 효과가 없는 것 같죠?”
나와 비슷한 연령대나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추천해준 영양제를 먹었는데 막상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개인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특성도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 건강 상태에 맞는 기능식품 제공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업계는 발 빠르게 초개인화 시대에 맞춰 서비스 진화 중이다. 특히 2020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건기식의 소분·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개인 맞춤형 건기식 시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제만 골라 조합해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기업들은 AI 기반 기술로 개인의 생활 습관, 건강 상태, 식습관, 유전자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건기식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킥더허들’은 고객과 약사가 온·오프라인 상담을 통해 개인 맞춤형 건기식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인 ‘핏타민(FITAMIN)’을 내놨다. 이는 약사가 직접 상담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건기식을 구독할 수 있도록 돕는 맞춤형 플랫폼 서비스다.
풀무원은 개인 맞춤형 건기식 브랜드 ‘퍼팩(Per Pack)’을 선보였다. 풀무원건강생활 소속 전문 영양사가 심층 면담을 바탕으로 개인의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체성분 분석, 유전자 검사 등 자료를 참고해 고객에게 필요한 건기식을 추천한다. 건기식은 하루에 필요한 분량으로 한 팩씩 소분해 제공된다.
모노랩스의 아이엠은 개인의 상태를 상담을 통해 파악해 이에 맞는 맞춤형 건기식을 제공한다. 모노랩스 제공
AI로 피부 건강-질환도 분석 후 제품 추천
뷰티 업계도 개인의 피부 건강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활발히 제공하고 있다. AI 알고리즘과 바이오테크를 결합해 개인의 피부 건강에 맞는 화장품 원료를 직접 골라 화장품으로 제조하고, 피부 질환을 조기에 예측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국내 화장품 브랜드인 ‘코코드메르’는 피부 타입 진단뿐 아니라 수면 패턴 등 생활 습관 분석을 통해 개인의 피부에 최적화된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4단계의 세럼 베이스, 3단계 크림 베이스, 3가지 향, 12가지의 기능성 성분과의 조합으로 총 9만8319가지의 개인 맞춤형이 가능하다.
일부 기업은 AI를 활용해 맞춤형 뷰티 서비스를 넘어 피부 질환 예측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C랩으로부터 시작한 ‘룰루랩’은 AI 기반으로 10초 만에 피부를 스캔해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이에 맞는 화장품 솔루션을 추천해준다. 소비자의 변화하는 피부 데이터를 누적 분석해 아토피나 건선 등 피부 만성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코즈볼은 매일 스스로 피부를 측정해 피부 상태에 따라 적합한 화장품을 사용하도록 제작됐다. 코즈볼 제공
마트-약국서 사는 시대 지나 “맞춤이 대세”
한국암웨이의 마이랩은 본인의 변을 분석해 부족한 장 유산균(유익균)을 추천해준다. 한국암웨이 제공
한국암웨이는 개인 맞춤형 건기식 ‘마이팩 바이 뉴트리라이트(마이팩)’도 선보였다. 홈페이지에서 ‘내 마이팩’ 서비스 메뉴를 선택하면 추천을 받는 방식으로도 개인별 영양제 팩을 구성할 수 있다. 추천 방식의 경우 식습관, 영양 상태 등에 대한 문진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파악하고 신체 능력 향상을 도와주는 영양제를 확인한다. 조양희 한국암웨이 부사장은 “건기식 분야에서 막연히 본인에게 좋다는 것을 마트나 약국에서 사서 먹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유전자, 검체 분석 및 전문가 상담 등을 통한 개인 맞춤화는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다”라고 말했다.
열처리 유산균 포스트바이오틱스 전문 기업 ‘베름’도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와 공동으로 유산균뿐 아니라 장 내 다양한 미생물을 분석하는 등 연구를 진행해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한권일 베름 대표는 “사람 개개인마다 장 내 미생물 균총은 모두 다른 조성을 띠고 있는 만큼 장 내 미생물 분석을 통해 사용자 맞춤형 진단 키트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