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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로 차단하고 섬광탄 투척…해경, 불법 조업 어선 제압 훈련

입력 | 2023-05-09 18:16:00


서해5도특별경비단 특수기동대 대원들이 9일 인천시 옹진군 대청도 일대에서 불법 외국어선 단속 훈련을 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함정 12척과 항공기 3대가 참여했다. 2023.5.9

“여기는 해양경찰청 항공기. 순찰 중 불법 조업 추정 중국 어선 2척 발견. 나포작전 지원 바람.”

9일 오전 10시 반 인천 옹진군 대청도 인근 해역. 해양경찰 3000t급 경비함정 ‘3008함’ 조타실에 다급한 무전이 들렸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항공기가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발견했다고 전달한 것이다.

해경은 즉시 해상특수기동대원들을 태운 고속단정 4척과 500t급 함정 2척 등을 투입했다. 어선이 도주하자 500t급 함정은 어선 앞을 가로막고 도주로를 차단했다. 그 사이 고속단정이 어선에 접근했고 K-2 소총 등으로 무장한 대원들이 순식간에 배에 올랐다.

선원들이 각목을 들고 저항하자 해경은 500t급 함정에서 물대포를 쏘며 맞섰다. 또 흉기까지 흔드는 선원들을 섬광탄을 투척해 제압한 뒤 조타실을 장악했다. 어선 발견부터 나포까지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이날 실전을 방불케 한 나포 작전은 사실 해경이 불법 조업 어선 발견 상황을 가정해 진행한 훈련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일단락되고 서해에서 불법 조업이 다시 기승을 부리자 해경이 올해 첫 대규모 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해경에 따르면 올해 3, 4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나타난 불법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125척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량 늘어난 것이다. 해경 관계자는 “서해에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대부분 바닥까지 그물을 내려 꽃게 등을 잡는 저인망 어선으로 어장 황폐화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해경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어선에 대해 주로 퇴거 위주의 작전을 펼쳐 왔다. 하지만 올해는 감염병 사태가 일단락된 만큼 다시 나포 등 적극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김종욱 해경청장은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바탕으로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을 막고 해양 주권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대청도=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