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다거나 아이가 생겼다고 주위에 알리면 축하를 받는다. 입양했다고 하면 대개 ‘대단하다’고 한다. 입양 부모들은 이런 칭찬 아닌 칭찬이 오히려 불편하다. 새 가족을 맞는 기쁨을 알렸을 뿐인데 장하고 힘든 결심을 했다니.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우리 아이는 불쌍한 아이인가. ‘배 아파 낳은 자식과 같을 순 없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혈연 중심의 가족 문화는 공고하고 편견은 여전하다.
▷매년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올해로 18번째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한(1) 가정이 한(1) 아동을 입양해 새로운 가정(1+1)으로 거듭난다는 취지다. 중심은 아동이어야 한다. 가정을 위한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 가정을 찾아주는 게 입양이다. 입양의 날 하루 전인 10일은 ‘한부모 가족의 날’이다. 입양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친생부모가 스스로 아이를 지키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2021년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415명으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58년 이후 가장 적었다. 2011년 2464명의 6분의 1 수준이다. 2012년 입양 절차가 엄격해진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한때 ‘아동 수출국’이란 오명을 썼을 정도로 해외 입양이 다수였지만 2007년부턴 국내 입양이 더 많아졌다. 국내 입양은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2021년 국내 입양의 65.5%가 여아, 반대로 해외 입양은 70.4%가 남아였다. 입양아 10명 중 9명은 친부모 기억이 적은 3세 미만이었다.
▷아이는 낳은 부모가 키우는 게 가장 좋다. 사정상 어려우면 사회가 아이를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데,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입양이다. 입양 부모들은 배 아파 낳은 아이만 내 자식이라는 건 말 그대로 편견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때로는 산통보다 더한 아픔을 겪고, 때론 세상을 다 가진 행복을 느끼며 비로소 가족이 된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지우고 아동 보호 체계를 국제 기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입양아들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진 아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만하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