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과도 아래윗집, 옆집으로 함께 살 수밖에 없는 곳이 아파트와 빌라 같은 공동주택입니다.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은 일정 정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정한 허용 기준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기준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만 소리가 들려도 참지 못하고 항의하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입니다.
이럴 때는 일대일로는 대화가 안 되는 만큼 직접 부딪혀 싸우지 말고, 객관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입니다.
#사례: 이사 다음 날 올라와 “슬리퍼 신고 다녀라”…신고 안 신고는 내 마음인데
경기도 동탄의 A 아파트에 작년 6월에 이사 왔습니다. 이사 바로 다음 날 곧바로 사달이 벌어졌습니다. 아침 8시밖에 안 됐는데 아랫집인 1001호 아저씨가 올라와서 “너무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고 하더군요. 이사한 다음 날 올라오는 사람도 있나 싶기는 했지만 “밤 10시 이후부터는 조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는 “앞으로 밤에는 물론이고 낮에도 까치발로 걸어 다니든가 아님 슬리퍼를 신고 다니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오래 본 사이도 아닌데 처음부터 위협적이고 공격적인 태도여서 불쾌했습니다.
어이도 없고 해서 “슬리퍼를 신고 안 신고는 사생활이고 아파트 관리규약이 있는데 우리는 관리규약대로 살겠다”고 했습니다. 1001호 아저씨는 “어디서 어른이 말하는데 애들이 대들어. 나보다 나이도 어리겠구만”이라며 훈계를 했습니다. 남편 나이가 쉰이 넘었고, 저도 마흔이 넘었습니다. 애들이 대든다는 말을 들을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 오후 5시 30분쯤에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와서 “뭐 하고 계시냐. 시끄럽다고 항의가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청소기 돌린다”고 했더니 아래층에서 쿵쿵 소리가 난다고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며칠 있다가 아랫집 아저씨가 경비실에 소음조정신청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남편은 출장이 많아 집에 오는 날이 한 달에 열흘도 안 되고, 초등학교 5학년 아이도 공부하느라 집안에서 뛰거나 하는 일이 없습니다. 도대체 아랫집 아저씨가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아파트에서 다른 무슨 일이 있었거나 아니면 텃세를 부리는 건가 이런 막연한 생각뿐입니다.
이 아파트는 신축한 지 3년이 안 되었고 아직 하자보수 중입니다. 아마도 다른 층에서 공사를 하거나 옆집에서 못 박는 소리까지 저희 집이라고 몰아붙이고 괴롭히기로 작정한 듯합니다. 저도 아래층 아저씨와 상담 조정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걸핏하면 위협적인 말과 행동, 표정으로 덤벼들기 때문입니다.
소음측정을 하고 싶은데 아래층 천장에 측정기를 달아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1001호 집안의 소음이 측정기에 전달될 수도 있고 일부러 측정기 옆에서 소음을 일으킬까 봐 걱정입니다. 그래서 소음측정기를 우리 집이나 아니면 아랫집과 저희 집에 동시에 설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통계에도 나오지만 층간소음 민원은 신축과 구축 모든 아파트에서 발생합니다. 그리고 민원 제기 건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근거 없이 말로 주장하기만 하면 목소리가 커지고 해결책을 찾기 어렵습니다. 객관적인 소음측정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는 신중하게 접근방법을 모색해야합니다. 측정 후 결과를 두고 다른 말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음측정은 반드시 서로가 인정하는 아파트 관리소나 전문가를 통해야 합니다. 당사자는 물론 제3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가장 피해가 큰 소음원을 인위적으로 재현하여 아래층에서 소음의 정도를 측정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측정된 소음의 정도가 아래층의 피해를 판별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소음별로 사람마다 약간씩 민감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청각 특성상 60세 이상일 경우 발걸음 소음보다는 청소기 소음 등의 고주파 소음에 더 민감하고 그 피해를 호소할 수 있습니다.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