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복잡한 통신요금제 문제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요금제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요금제가 가장 경제적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만도 세 차례에 걸친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있을 정도로 정부에 의한 요금 규제가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도 공공요금 인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통신요금의 과도한 인하 요구는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서비스 사업자는 민간 기업이므로 적정 이윤 확보가 필수적이다. 통신산업 특성상 막대한 차세대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과거 통신 후진국이었던 우리나라가 1990년대 중반부터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 구축에 적극 나서면서 2000년대 들어 정보통신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 과정에서 정보통신 주관 부처에서는 통신사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통신요금 경감을 병행하는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이통 3사 영업이익이 줄어들어도 아직 요금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정말 그런가? 영국 등 유럽에서는 매년 물가 인상률에 따라 요금을 인상할 수 있게 제도화되어 있다. 최근 코로나19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년간 요금이 꾸준히 인상되고 있다. 일례로 영국 BT는 2023년도 요금을 14.4% 인상했다. 다른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영국 통신 규제기관인 Ofcom은 코로나19로 통신 인프라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통신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는 이미 5G(5세대)를 넘어 6G 경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가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외부 평가에 만족해 요금 인하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때, 경쟁 국가들은 통신사들의 미래 투자 여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통신요금 감면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당장 급하다고 농사지을 소를 잡아먹으면 내년 농사는 무엇으로 지을 것인가.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