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노동신문에 보도된 화성-18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사진. 노동신문 뉴스1
김재명 사진부 차장
최근 북한이 공개한 미사일 발사 사진은 과거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달 노동신문에 보도된 화성-18형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진이 대표적이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미사일을 근접(와이드)렌즈로 촬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험성 때문에 이런 앵글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빠른 속도로 솟아오르는 미사일에 초점까지 완벽하게 맞았다. 발사 장면은 공중뿐 아니라 지상과 근거리, 원거리 등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렌즈로 촬영됐다. 3월에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 사진도 한 컷에 6기의 미사일과 화염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북한 사진이 처음부터 완벽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월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과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 때도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미사일의 빠른 움직임을 카메라 셔터 속도가 잡아내지 못한 탓인지 탄두가 선명하지 않았다.
과거 북한은 주로 야간에 무기를 발사했고, 사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무기 개발과 동시에 사진술도 발전했다. 최근 1년여 동안 선보인 신무기들은 더 위협적이면서, 연료 방식의 변화로 사전 탐지도 어려워졌다. 바닷속 잠수함에서 발사하고, 벙커에서 이동해 기습적으로 쏘아올린다.
우리나라도 그에 대응하듯 드론을 비롯해 첨단무기를 운용하는 부대와 유사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부대 등을 공개하며 변화를 가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육군 특전사나 해병대 장병들이 겨울철 강원도 혹한훈련에서 웃통을 벗고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는 사진이 신문에 게재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훈련 공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의 무기류가 다양화, 고도화되는 가운데 우리 군의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강조하는 사진만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전차나 자주포가 참여하는 사격훈련 공개 횟수도 과거와 비교해 줄어들었다. 우리 군은 기동하면서 훈련하기 때문에 북한처럼 수십 대의 자주포, 방사포를 세워두고 동시에 발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에 한두 대의 전차에서 내뿜는 포탄을 찍어도 북한의 무차별적 화염 사진과 비교될 뿐이다.
최근 우리 군의 사진을 보면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해 우방국과의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에는 미국, 영국 해병대와 함께 경북 포항에서 해상 및 공중침투훈련을 펼쳤고, 한미일 해군 함정은 동해와 제주 공해상에서 미사일 탐지, 추적, 정보 공유 등 미사일방어 훈련을 실시했다. 그리고 미국은 떠다니는 군사기지라 불리는 항공모함을 한국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미 전략폭격기는 우리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와 연합비행도 수차례 진행했다. 특히 핵폭탄을 탑재해 북한의 도발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와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의 언론 노출은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가진다.
북한이 조만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고하자 미군의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략폭격기가 한국에 착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폭격기는 괌 등지에서 출격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높은 상공에서 한국, 일본 전투기와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지상에 착륙하게 되면 언론을 통해 폭격기의 압도적인 크기와 위력을 과시하는 등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사진이 공개될 것이다.
김재명 사진부 차장 ba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