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이런 게임을 상상해보자. 매일 밤 12시면 내 통장으로 24만 원씩 입금된다. 이 돈은 모두 투자금이다. 규칙은 매 시간 1만 원씩 어떤 ‘종목’이든 투자해야 하며 한 시간 지나면 1만 원씩 소진된다.
같은 종목에 반복 투자는 가능하다. 매일 밤 11시가 되면 1만 원만 남고 마지막 투자를 해야 한다. 밤 12시가 되면 다시 24만 원이 입금되고 게임은 반복된다.
이는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현실 속 투자 게임이다. 다만 투자 대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주식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나는 지금 오전 7∼8시까지 글쓰기라는 ‘종목’에 1만 원(1시간) 투자 중이다. 매일 8만 원(8시간)은 잠자기 종목에 투자한다. 얼마 전에는 교육 받으려 30만 원(30시간)을 투자했고, 해외 교육이었기에 교통 시간까지 30만 원(30시간)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다.
시간 자본을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돈이라는 자본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시간 자본을 투자했다고 치자. 거기에 들인 시간 자본은 다 써버렸지만, 그 기술로 인해 돈을 벌 수 있다면 시간 자본을 투자해 돈이라는 자본으로 받게 된다.
이 칼럼을 쓰기 위해 나는 시간 자본을 쓰지만, 원고료라는 돈을 받는다. 내가 매일 8만 원씩 잠자기에 투자하는 것은 에너지라는 또 다른 자본을 얻기 위한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은 행복감이라는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주가 곡선을 체크하듯이 하루를 잘 보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시간 자본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의도적으로 확인하고 조정해 나간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 24만 원의 시간 자본을 자신이 원치 않는 곳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주가 곡선’은 오랜 기간 살피지 않은 채. 그러고는 나이가 들거나, 직장에서 나온 뒤, 병에 걸려 입원한 상태에서야 자신이 그동안 시간 자본을 어디에 투자해 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과연 나는 좀 더 나은 것에 시간 자본을 투자할 수 없었을까. 하지만 돈과는 달리 시간 자본을 빌리거나 몰아서 투자할 수 없음을 깨닫고 후회한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관심있는 일을 찾아 퇴근 후나 주말에도 연구하며 자기만의 기술과 직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직장과 직책에 안주하는 것에 투자한다.
둘째, 웰빙 항목. 나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종목’들이 있고 사람마다 시간 자본 투자 대상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운동에, 어떤 사람은 안정을 취하기 위한 휴식이나 영성적 활동에, 또 어떤 사람은 문화나 놀이라는 종목에 투자한다.
셋째, 관계 테마다. 우정, 사랑, 네트워킹 등 대상마다 종목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서로 존중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시간 투자를 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남들이 ‘시간 비었어?’라고 물으면 대뜸 “응, 비었어!”라고 말하고는 자신이 원치도 않는 자리에 나가 시간 자본을 낭비한다.
물론 투자는 각자의 책임하에 원하는 곳에 하면 된다. 문제는 자신에게 매일 24만 원씩 입금되고 있다는 사실도, 자신이 매일 어디에 시간 자본을 투자하는지, 이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투자금을 매일 까먹는 경우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