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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기업 중국공장 반도체장비 반입시 별도기준 마련 검토

입력 | 2023-05-10 13:10:00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반입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당초 1년에서 장기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연장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미국 기업이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 정부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미국의 반도체 장비·기술을 중국에 들일 경우 미 상무부의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오는 10월까지 1년간 수출통제 조치를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한시적인 유예 조치가 예측 가능성이 작은 데다 상황 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별도의 기준을 정해서라도 장기간 유예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이같은 기업들의 요구를 미 상무부에 전달하고 유예 기간을 다년간으로 연장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뉴스1과 통화에서 “지금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조치가 1년 동안 포괄적 유예가 돼 있는데 이것을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유예할 것인지 협의를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한시적으로 1년간 유예했던 것을 연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다만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연장할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의 협상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교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 기업이 기본적인 경영활동을 유지할 방향으로 수출통제가 진행되는 것으로 얘기했다”며 “10월 이후에도 상당기간 연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우선 별도 기준을 만들어 한국 기업이 현재처럼 한시적 유예를 받는 대신 기간 제한 없이 기준 내에서 미국의 반도체 장비·기술을 중국으로 반입해 중국 내 생산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해당 기준은 한국 등 외국기업이 소유한 중국 공장에 어느 정도 수준까지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허용할 것인지 등을 정하는 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맞춰 특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장비나 기술의 반입을 제한하거나 반도체 기술 수준에 대한 한도를 정하는 방식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지난 2월 한 포럼에서 ‘삼성과 SK에 제공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기업들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바 있다 .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 적용되는 기준이 있는 만큼 한국 등에 대해서도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아직 새로운 사항은 없다. 미국과 협의 중이고 결론이 아직 안 났다”고 밝혔다.

미 정부 내에선 한국 기업들에게 ‘무기한적인 최종 사용 인증(verified end use)’을 발급해 반복적으로 승인을 받는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3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FT 보도는 방식을 달리 해서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반도체 장비 수출·반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최종 사용 인증을 통해 인증하는 범위 내에서 반도체 장비 등의 수출이 계속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수출통제 조치 당시 미국의 반도체 장비·기술의 최종 목적지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일 경우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을 적용해 사실상 수출을 전면 통제한 반면 중국내 생산시설을 미국과 동맹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별도 심사 과정을 거치는 조건으로 면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존 유예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좀 더 걸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소식통은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반도체 장비·기술이 반입되는 것인 만큼 어떤 형태로 안정적으로 가느냐, 어느 정도 기간을 인정해 주느냐가 핵심”이라며 “지금 구체적으로 정치하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협의하고 있는데, 10월 근처까진 가봐야 결론이 나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48%를 각각 중국에서 만든다.

(워싱턴=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