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90년대 중반 성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를 둘러싼 형사 사건에 대한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판결이 2024년 대선 가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칼럼니스트 E. 진 캐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며 “500만 달러(약 66억2200만원)를 배상하라”고 밝혔다.
배심원단은 성폭행당했다는 캐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적 비위에 대한 주장이 처음으로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라 그 의의가 크다.
남성 6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캐럴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간 사실 등이 충분히 입증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판단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그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사기’와 ‘거짓말’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게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판결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출마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 꼽았다.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는 “이날 평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는 행동의 또 다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 지지층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평결은 언론에는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미국인 대부분은 이 평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전략가 포드 오코넬도 “트럼프는 늘 그와 함께할 지지 기반을 갖고 있으며, 이번 평결은 지지자들의 결의를 꺾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