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간부, 베트남 캄보디아 등서 北 접선…지령문 90건 ‘역대 최다’

박광현 수원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이 1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5.10 뉴스1

#지사장: 만남 정시에 손에 들고 있던 생물수지병을 열고 마시는 동작.

#본사성원: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2~3차례 닦는 동작.

얼핏보면 일반회사 내 간부와 직원이 취한 행동으로 보이는 이 모습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간부가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조선노동당 직속 문화교류국 공작조를 만나기 위한 ‘약속된 신호’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는 10일 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구속기소된 4명의 인물은 조직국장 A씨(52),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48), 민노총 산하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씨(54), 제주평화쉼터 대표 D씨(51) 등이다.

이들은 2017년 9월~2019년 8월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등 동남아 지역에서 북한 대남공작기구인 조선노동당 직속 문화교류국 공작조원 5명을 접선해 지령을 받아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등 혐의로 기소됐다.

또 A씨와 B씨는 2020년 6월~2022년 9월 대북통신용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북한과 연락을 취하고 조직원들과 접선할 수 있는 신호방법 등을 만든 혐의도 있다.

A씨 등은 북한과의 접선 의심을 피하고 원활한 교류를 위해 조직을 마치 ‘사기업’처럼 꾸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총회장으로 하고 북한 문화교류국을 본사, 본사 내 지하조직을 지사, 민노총을 영업1부 등으로 각각 칭하고 지도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사장, B씨는 강원지역 지사장 등으로 호칭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2017년부터 이들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문은 90건, 지령받고 이행을 취한 결과 보고문 24건으로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라고 검찰은 평가했다.

검찰이 밝힌 이들의 접선 과정의 사례에 따르면 북한 측은 2019년 7월10일 ‘본사에서 이번 지사와의 면담을 8월8~10일 하남지사에서 진행한다’는 마치 일반회사의 공지문처럼 지령문을 A씨에게 보낸다.

이후 A씨는 사전에 잡았던 약속한 대로 8일 오전 10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있는 호안끼엠 호수 인근의 리타이토 동상 우측계단에 서있고 미리 공유한 신호절차에 따라 북한 공작조와 접선한다.

A씨는 ‘만남정시 5분 전에 동상 우측계단 앞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가 10시 정시에 손에 들고 있던 생물수지병을 열고 마시는 동작을 실행’이라는 신호를 본사정원이라고 하는 북한 공작조에게 보낸다.

신호를 받은 북한 공작조는 ‘지사의 신호동작을 확인한 후, 지사가 확인할 수 있는 7~8m 거리에서 손에 들고있던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2~3차 닦는 동작을 실행’이라는 신호를 전달하고 A씨와 접선한다.

유튜브 특정 동영상에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문구를 적어 북한과 연락을 취한 경우도 있다.

북한의 지령문에 “유튜브 동영상 댓글에 문자 ‘토미홀’을 포함시킨 글을 올리면 출장 나올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준비하겠다” 또는 “만약 불가능하다면 문자 ‘오르막길’을 포함시킨 글을 올렸다가 가능하면 ‘토미홀’로 해주기 바람”이라고 적힌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해당 동영상은 삭제됐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의 경우, 외국계 이메일이나 클라우드 방식으로 북한과 연락을 취했는데 특정 동영상의 문구를 적어 만남약속을 잡는 등 유튜브를 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수원=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