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의 골드만삭스. 뉴시스
여성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성차별했다며 소송을 당했던 월가의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피해 여성들에게 합의금 약 2800억 원을 지급하고 집단 소송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2010년 첫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 만이다.
●“급여 승진 보상 업무기회 등에서 여성 차별했다”
9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골드만삭스가 오는 6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정식 재판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전·현직 여성 직원들에게 2억1500만 달러(약 2849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대상은 2000년대 초부터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투자운용, 증권 부문에서 평사원~부사장 직급으로 일한 여성 직원 2800여 명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법률 비용을 빼면 인당 받는 금액은 4만7000달러(약 6224만 원) 정도지만, 이번 합의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월가의 불평등 대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며 그 의의를 평가했다.
2010년 골드만삭스의 전직 여성 임원 3명은 은행이 같은 업무를 해도 여직원에게는 남직원보다 적은 급여를 제공했으며, 인사팀이 승진과 보상 등에 있어 여성을 체계적으로 차별 및 배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남성에게 수익성 있고 유망한 기회 및 업무 기회를 몰아주는 등 업무 평가와 영업 기회 등에 있어서도 관행적으로 성차별을 자행해왔다고 주장했다.
합의 이후 이 3인 중 한 명인 샤나 올리치는 “지난 13년간 주저 없이 이 사건을 지지했던 나는 이번 합의가 여성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출산한 여성 책상 뺐던 은행… 18년 투쟁 끝에 “여성 임원 늘리겠다”
이같은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무려 18년의 세월이 걸렸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첸-오스터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왔던 2004년 말, 골드만삭스는 그의 팀을 모두 개편하고 그의 책상을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2005년 그가 직장을 관두고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에 직장 내 차별을 접수함으로써 기나긴 투쟁이 시작됐다. 그 다음해 도이치방크에 입사한 첸-오스터는 2010년 그곳에서 전무이사가 됐다.
EEOC는 첸-오스터가 처음 사건을 접수한 지 5년 만인 2010년이 돼서야 조사를 마무리했고 첸-오스터는 올리치, 리사 파리시와 함께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이후 이들이 은행의 전체 여성 직원들을 대표하기 위해 ‘집단 소송 지위’를 획득하는 데만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재판이 ‘집단 소송’으로 전환되면서 합의금의 규모가 지금처럼 커질 수 있었다. 2018년 이 지위를 획득했을 때 첸-오스터는 “빛을 비추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라며 월가의 여성차별 문화에 도전하는 첫 공개 입장을 발표했다.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이로부터 5년이나 더 걸렸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첸-오스터 등이 첫 소송이 제기했을 당시 “(소송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냈었다. 하지만 10여 년에 걸친 여성 직원들의 투쟁과 사회 분위기의 변화로 골드만삭스의 입장 역시 180도 바뀐 셈이다. WSJ는 2010년 이들의 소송 이후 골드만삭스의 여성 임원 비율도 늘어나는 등 성차별도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전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