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한국과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해 별도의 장비 반입 기준을 마련하되 중국 기술 발전에 따라 이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로 의견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에 대해 중국 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되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해 규제 적용을 올 10월까지 1년 유예한 상태다.
한미 당국이 이 같은 방향으로 규제 개선 조치를 마련할 경우 10월 종료되는 두 기업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가 더 길게 연장되고, 공장도 질적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게 되는 등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규제 상향 조정 “한미 이견 거의 없어”
미 상무부는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를 1년 단순 연장하는 대신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에는 별도의 장비 반입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한국에 전달한 것으로 9일(현지 시간) 알려졌다. 특정 기술 수준 이상의 첨단 반도체 장비는 중국 반입이 규제되지만 이 기준 이하 장비 반입은 상무부의 별도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특히 한미 당국은 중국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에 따라 국내 기업에 적용될 반도체 장비 반입 기준을 추후 상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산업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적용될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기준이 중국 반도체 산업 상황에 따라 변동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이견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기업에 적용될 별도 기준은 한미 당국이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별도 기준을 비롯한 구체적인 사안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 등 기존 반도체 공급망을 교란시키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1년 유예 연장을 넘어 다년 유예 등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치를 미국에 요구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10일 “(규제 유예가 종료되는) 10월 이후 갑자기 장비 공급이 안 되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미국 측도 반도체 공급망에 최대한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韓 반도체 불확실성 해소 기대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한미가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장기 유예에 합의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실제 시행이 되면 불확실성이 사라질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구체적인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기준를 두고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16㎚(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로직칩,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장비를 중국에 판매할 경우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별도 기준은 이보다 높은 한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세종=박희창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