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홍 시장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이 대표와 회동 중 “윤석열 정권에서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며 “정부가, 집권세력들이 정치에 노련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면 민주당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풀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인 인날에 여당 소속인 홍 시장이 대통령실을 비판한 것.
또 홍 시장은 “민주당이 현안을 처리하는 게 속도감도 있고 아주 빠르다”며 “우리 당은 (내가) 거의 30여 년 이 당에 있었는데 잘못하고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을 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정치를 하더라도 정책을 비판하고 논쟁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인격을 폄하하면 그때부터는 정상적 논평이 안 된다”며 “옛날에 저희가 DJ(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여야가 상임위에서 싸워도 끝나면 바로 여의도 포장마차 가서 다 풀고 이튿날 또 싸웠는데, 옛날에는 그런 풍속이 있었는데 (지금은) 여야 관계가 그런 풍토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홍 시장은 계속해서 “대표가 좀 옹졸해서, 얘기하니까 상임고문 해촉하고 그러지 않느냐”며 “희한하다. 상임고문 해촉된다고 (내가) 할 말 못 할 사람은 아닌데 그걸 모르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김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당 지도부 성토를 이어가는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바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대표를 겨냥한 홍 시장의 발언에 국민의힘도 들끓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정권은 정치를 모르고, 김기현 대표는 옹졸하다’고 해서 으레 야당 대변인의 비판 성명이려니 했는데, 우리 당 소속 홍 시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를 만나서 주고받은 얘기라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럽다”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날, 덕담은 못 할망정 밖에 나가 집안 흉이나 보는 마음이 꼬인 시아버지 같은 모습이어서 참 보기 딱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홍 시장이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당의 인심을 계속 잃고 있다”라고 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