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SG증권발 주가 폭락 투자자들의 법률 대리인들이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 등 3명이 그제 검찰에 체포됐다. 소환 절차 없이 체포영장부터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된 데다 죄질도 무겁다고 본 것이다. 이번 사태로 7만2000여 명의 일반 개인투자자가 약 7700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추산도 나온다. 빠르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대규모 주가조작의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우선 주범들이 주가를 의도적으로 올렸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라 대표 등은 투자자들로부터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넘겨받아 한쪽에선 팔고, 다른 쪽에선 비싸게 사서 주가를 띄우는 통정거래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골프연습장, 갤러리 등 20여 개 법인을 통해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로 받으며 세금을 탈루한 의혹도 밝혀야 한다. 해외 골프장 등에 빼돌린 것으로 보이는 범죄수익금을 환수하는 것도 과제다.
정계, 재계, 언론계, 의료계 등 다양한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역시 충격적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라 대표 측 회사 2곳에서 법률고문을 맡았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 출신 장모 씨는 라 대표를 투자자들에게 소개해 주는 등 투자 유치 활동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거액을 투자한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자산가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이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라 대표 일당이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고 돈을 맡겼다면 공범이 될 수 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파괴하고 수많은 피해자를 낳는 중대 범죄다. 이런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실형을 살고 출소한 뒤 다시 주가조작을 시도하는 세력이 있을 정도이겠나. 이번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 일벌백계해야 한다. 주가조작 적발과 제재·처벌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금융범죄는 곧 패가망신이라는 원칙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