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여성은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졌다. ‘유머러스’란 수식어 뒤에 ‘여자’보다는 ‘남자’를 더 자연스럽게 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과거의 몇몇 연구는 직장에서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 남성들에게만 유리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유머를 섞어 프레젠테이션한 남성은 유머가 없었을 때보다 더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반면, 유머를 사용한 여성은 오히려 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여성 강연자의 유머가 능력이나 업무상 지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프랑스 미국 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처럼 성 고정관념에 근거한 연구 결과가 사실인지를 실제로 검증했다. 이들은 1644명의 남성 강연자와 763명의 여성 강연자가 참여한 총 2407개의 테드 강연 영상을 분석했다. 웃음 횟수 같은 청중의 반응이나 영상의 조회수, 댓글 내용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봤다.
강연자 성별에 따른 유머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는 기존 고정관념과 달랐다. 연구진은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 남성보다 여성 강연자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인기가 많은 92개 강연을 심층 분석했다. 어떤 점에서 청중이 여성의 유머를 더 인상 깊게 느꼈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청중은 유머를 통해 여성 강연자의 ‘인간적인 면’과 ‘전문성’을 동시에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직장에서 딜레마에 자주 부닥친다. 유능해 보이면 비인간적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것 같고, 인간적으로 굴면 무능하게 비칠 것 같은 진퇴양난의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 유머가 좋은 해법이 됐다. 유머는 인간성과 유능함의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갖췄다고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을 줬다.
유머의 유형과 관련해서는 남성 강연자들이 조롱과 비꼬기 같은 공격적인 유머를 여성보다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여성 강연자들은 자신을 낮추거나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풍자하는 방식의 유머를 남성들보다 더 많이 활용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직장인이라면 프레젠테이션 등 여럿을 대상으로 설득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그럴 때 공감을 불러오는 적절한 유머를 사용하면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상대로부터 더 높은 집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상위 직급에 있는 여성 임원이나 리더들은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 ‘인간적인 면모’와 ‘유능함’ 사이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유머가 더 큰 리더십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어떤 여성 리더가 유머를 아주 잘 활용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그를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용기 있는 리더, 발언의 자유와 여유를 가진 높은 위치에 있는 리더로 인식하고 더 잘 따를 수 있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67호(2023년 4월 2호)에 실린 글 ‘여성 리더의 반전 매력 비결은 유머’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박종규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jonggyu.park@csi.cuny.edu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