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상사태 종료] 정부, 오늘 코로나 엔데믹 선언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신종 감염병, 이른바 ‘감염병X’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감염병X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짧아지는 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감염병X는 예상보다 일찍, 코로나19보다 더 큰 규모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신종 감염병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다. 국내 첫 환자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주기가 6년 2개월→6년→4년 8개월로 짧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은 세대가 다시 팬데믹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세계 최장 기간 ‘등교 중지’ 후유증 커
학생들은 설령 감염돼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게 밝혀진 이후에도 한국은 코로나19 지표가 나빠지면 손쉽게 학교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소득에 따라 학력 및 건강 격차가 벌어지는 등 후유증이 남았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래 세대에게 중대한 문제를 이렇게 조치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 다시 팬데믹이 오기 전 논의와 정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해관계자들이 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참여형 거버넌스’를 미리 정비하고 학교 문을 불가피하게 닫을 때를 대비한 돌봄 시스템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환기 시스템, 중환자 병상 확보가 핵심
전문가들은 감염병X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따라 과거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해서 장티푸스, 콜레라 등 수인(水因)성 감염병을 예방했듯 ‘깨끗한 실내 공기’를 만들어야 호흡기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깨끗한 실내 공기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기다. 환기를 하면 깨끗한 새 공기가 들어오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간다. 환기를 자주, 오래 할수록 호흡기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지만 지금껏 환기의 중요성이 등한시됐다. 배상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작은 건물에도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환기 시설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건축법상 환기 시설 설치가 의무인 다중이용시설 대상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 아프면 쉴 권리 제도화해야
코로나19 유행 시기 아프면 쉬는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이 문화는 아직도 정착하지 못했다. 감염된 채 외부 활동을 할 경우 전염병 확산도 빨라진다.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병이나 부상으로 쉬어도 수당을 지급해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까지 상병수당 총지급액은 35억5400만 원에 그쳤다. 상병수당에 배정된 분기별 예산이 약 45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예산 대비 지급률이 26%에 그친다.
질병청은 3월 “격리 의무를 해제하되 병가 활용, 출석 인정 등 아프면 쉬는 문화 활성화를 위해 사업장과 학교 등에 자체 지침 마련 및 시행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의 자발적 참여에만 기댄다면 한계가 명확하다. 중소·영세기업이 직원에게 병가를 줄 경우 정부가 사업장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