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윤리위, 잇단 설화에 중징계 太, 징계 결정前 최고위원 사퇴
각종 설화로 논란을 일으킨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10일 당원권 1년 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공천이 언급된 녹취록 등으로 물의를 빚은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이날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 전 최고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당원권 3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새 지도부 출범 두 달여 만에 집권 여당의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유고’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4시간가량 회의를 가진 뒤 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김 최고위원의 ‘5·18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포함 반대’ 발언에 대해 “당의 정강정책에 반하는 품격 없는 발언으로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폄훼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버티기’ 김재원, 총선공천 배제… ‘자진사퇴’ 태영호는 감경 받아
윤리위 “黨명예 실추-국민통합 저해
혁신 없이는 총선승리 장담 어려워”
金 “송구스럽다” 太 “겸허히 수용”
與내부 “지도부 쇄신책 보여줘야”
혁신 없이는 총선승리 장담 어려워”
金 “송구스럽다” 太 “겸허히 수용”
與내부 “지도부 쇄신책 보여줘야”
각종 설화로 논란을 일으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1년 정지 중징계를 받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8일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공천이 언급된 녹취록으로 논란이 된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태 최고위원은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진공동취재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10일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각각 당원권 1년 정지, 3개월 정지의 징계를 결정한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이 같은 말이 나왔다. 태 최고위원이 이날 윤리위 결정 전 최고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없는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피했기 때문이다.
● 與, 金 중징계 이유로 “국민통합 저해” 강조
이날 윤리위는 4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 끝에 징계를 결정했다. 황 위원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김 최고위원의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은 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한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품격 없는 발언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폄훼해 국민통합을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통합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의 5·18 메시지 전 사태를 매듭지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황 위원장은 김 최고위원의 ‘제주4·3은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국민통합을 저해했다”고 했다. 또 김 최고위원에 대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당원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징계 결정 뒤 페이스북에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앞으로도 당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 계속하겠다”고 했다.태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공천이 언급된 녹취록 논란에 대해 “당의 위신과 명예를 실추했다”고 했고 ‘4·3이 김일성 지시로 촉발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국민통합을 저해했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은 “윤리위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당초 당 지도부의 자진사퇴 권유에 거리를 뒀던 태 최고위원은 9일 밤 사퇴를 결정했다. 여권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태 최고위원에게 “아쉽겠지만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다음 총선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는 게 좋겠다”고 설득했고, 결국 태 최고위원이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10일 윤리위 결정으로 당원권 1년 정지 징계를 받은 김 최고위원은 내년 국민의힘 소속으로 총선 공천이 불가능하지만, 정지 기간이 3개월인 태 최고위원은 여당 후보로 공천을 받을 기회가 남게 됐다. 한 여당 의원은 “태 최고위원이 현 지역구인 서울 강남에서 재선을 노리거나 경기 북부 지역으로 지역구를 옮겨 재선에 도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당 쇄신해야 尹 지지율도 올라”
윤리위 징계가 확정되면서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빠르게 당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장 4일과 8일 최고위를 취소했던 김 대표는 11일에는 최고위를 주재할 예정이다.다만 당 지도부는 태 최고위원의 공석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 최고위원은 1년 동안 최고위에 참석할 수 없는 ‘사고’ 상태지만, 자진사퇴한 태 최고위원 자리는 ‘궐위’로 공석이 되면서 이 문제 해결을 두고 갈등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고위원 리스크를 두 달가량 수습하지 못했고, 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해 ‘김기현 체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에게 부담이다. 한 중진 의원은 “김 대표가 대표로서 당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혁신 구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당이 쇄신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대통령 지지율 답보 상태도 깰 수 있다”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