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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에 소아 CPR 줄었지만…사망률 오히려 증가, 왜?

입력 | 2023-05-11 10:02:00


저출산 흐름으로 소아청소년 환자 대상 심폐소생술(CPR) 시행 건수가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자원 부족으로 CPR을 받은 소아청소년 중환자 사망률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조중범 교수·소아청소년과 손명희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 542만9471명의 일반 병동·소아집중치료실(PICU)·응급실 입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연구 결과 소아청소년 환자 CPR 사망률은 평균 50.4%였고, 7년 간 매년 6.6%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PR 시행 건수는 저출산으로 인해 2012년 550건에서 2018년 381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사망률은 같은 기간 47.5%에서 54.9%로 오히려 7.4%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10년 간 CPR 사망률이 15%포인트 하락한 미국·스페인과 대조된다.

소아청소년 중환자 진료 인프라 부족이 CPR 사망률이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소아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의 경우 CPR 발생률은 37.7%, 사망률은 27.5% 각각 낮았다. 하지만 미국은 소아집중치료실이 257곳인 반면 한국은 11곳에 그치고 있다.

2017년 전공의 수련시간이 연속 36시간(응급상황 최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전공의법’ 시행 이후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소아청소년 CPR 사망률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전공의법 시행 후 CPR 인력이 부족해지고 CPR팀을 이끌 고연차 의료진이 줄었다”며 “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줄면서 소아 중증·응급 환자 진료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소아청소년 환자의 CPR 사망률 증가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병원 내 소아 CPR 사망률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중환자실, 필수의료진 등 의료자원 부족 문제를 파악하고 소아 중증·응급 인프라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공식 학술지 ‘저널 오브 더 아메리칸 하트 어소시에이션(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최근 실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