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왼쪽)과 영화 ‘첫 변론’ 포스터. 뉴시스/‘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홈페이지 갈무리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개봉을 앞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첫 변론’에 대해 “추모도 좋고 예술도 좋은데, 인간이 됐으면 한다”며 “그만들 좀 하시면 좋겠다”고 11일 전했다.
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같이 밝히며 ‘영화 상영 자체가 2차 가해’라는 입장에 “그렇다”고 전했다.
류 의원은 “지금 이런 다큐멘터리로 인한 논란 때문에 생산되는 인터뷰 등 각종 콘텐츠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피해자에게 다시 더 큰 스트레스를 가져다줄 것”이라면서도 “사실 고인이 되신 시장님께서 우리 사회에 큰 족적을 남긴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기 때문에 피해자와 연대하는 모두가 좀 자제하는 것인데 이렇게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져서 안타깝다”고 했다.
유튜브 ‘CBS 김현정의 뉴스쇼’ 갈무리
류 의원은 ‘변론 기회조차 한번 얻지 못했는데, 변론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인가’라는 취지의 입장에 대해 “성범죄 유무는 박 시장님의 사망 때문에 확정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이런 2차 가해가 자행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피해자는 최소한의 법적 판단이라도 받아 둬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나온 것이 지금의 국가인권위의 결정”이라며 “박원순 시장의 성적 언동은 부하 직원에 대한 성적 대상화이며 성희롱이라고 (국가인권위가)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피해 사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께서는 이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말씀하신 대로 인권변호사였던 시장님의 유지가 이런 것일 리 있겠나.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먼저 잊어주려 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전했다.
류 의원은 “’역시 우리 시장님이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류의 집단 망상과, 또다시 이어질 집단 린치가 걱정”이라며 “정말 대단한 사회적 낭비”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상영을) 막을 만한 수단이 있으면 막고 싶다”며 ‘가처분 신청 여부’ 등에 대한 언급에 “저는 뜻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박 전 시장은 지난 2020년 7월 9일 전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6개월 간 사건을 직권조사한 뒤, 2021년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