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전세사기 피해자들 “벌써 4번째 죽음…제발 살려주세요”

입력 | 2023-05-11 14:32:00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가 올해 들어 4번째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은 11일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실질적인 구제책 마련을 호소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보증금 구제 방안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모두 흰 국화를 들었다. 손팻말에는 ‘벌써 4번째 희생자.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회견 시작에 앞서 추모 묵념도 했다.

앞서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8일 양천구의 한 빌라에서 30대 여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조사 중이다.

A씨는 빌라왕 김모씨와 지난해 6월 전세금 3억원으로 빌라 임대차 계약을 했다가 그해 10월 김씨가 돌연 사망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17일 인천 미추홀구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 30대 여성이 숨지는 등 올해 들어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오늘 4번째 희생자 소식이 기사로 쏟아지면서 오픈카카오톡방의 피해자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눴다”며 “피해자들이 계속 불안과 절망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건축왕’ 권모씨에게 속아 계약했다는 전세사기 피해 신혼부부는 “10년을 준비해온 꿈이 6개월만에 무너졌지만 나는 목숨을 잃고 싶지 않다”며 “부디 우리가 살 수 있도록 꼭 도와달라”며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들은 회견문을 통해서도 “지금 이 시간에도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제발 살려주세요. 진짜 살고 싶다”며 “제발 당리당략 말고 전세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회견은 농성장 옆에 마련한 임시 분향소에서 A씨를 추모하는 헌화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여당에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공공의 피해주택 매입 ▲공공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보증금채권매입) 등이 포함된 피해구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지난 8일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