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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사람 간의 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주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이 대본 작성 시 AI 사용 제한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것에 이어 일본 연예계에서도 AI가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일 일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배우, 음악가 등으로 구성된 일본 연예종사자협회는 8일 도쿄에서 AI로부터 예술가들의 권리와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AI가 연예계 및 예술 산업 전반에서 일자리를 빼앗아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배우는 “(AI가) 작품 촬영 후 며칠 만에 우리의 외모와 움직임을 스캔해 어떤 연령과 성별로도 합성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만약 AI가 계속 발전한다면, 우리에 대한 수요는 없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후카다 코지 영화감독은 AI의 발전에 대해 “영화산업에서 배우, 스태프, 감독들이 대부분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불안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일 시작된 미국작가협의회의 총파업은 장기전에 들어섰다. 미 할리우드 작가 1만1500여 명이 소속된 이 협의회는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등이 속한 영화제작자동맹(AMPTP)과의 임금 교섭 결렬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파업의 주된 쟁점에는 “AI나 유사 기술을 사용해 생산된 자료의 사용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대화형 AI가 글을 자동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생겨난 갈등이다.
10일 뉴욕타임스는 ‘로봇과 TV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라는 글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글을 생성해 내는 대화형 AI는 결국 정체된 문화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디어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직까지 인간만이 가진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