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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백설공주’부터 쌍천만 ‘겨울왕국’까지…디즈니 공주의 역사[이승미의 연예위키]

입력 | 2023-05-12 17:00:00


디즈니 프린세스

“누구든 ‘최애’ 디즈니 공주는 한 명씩 있잖아요.”

디즈니의 대표 공주 캐릭터인 ‘인어공주’가 24일 다시 극장에 돌아온다. 올해 대표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는 1989년 나온 디즈니의 스물여덟 번째 클래식 장편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디즈니 공주들의 긴 생명력과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이에 까마득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영화의 메인 타이틀롤을 차지하며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까지 사로잡고 있는 디즈니 공주의 역사를 돌아봤다.

디즈니가 인정한 공식 프린세스(위), ‘랄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에 등장한 디즈니 프린세스들(아래)



○엘사와 안나는 ‘공식 디즈니 프린세스’가 아니다?
디즈니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디즈니 프린세스’(Disney Princess)의 멤버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오로라(잠자는 숲속의 공주), 에리얼(인어공주), 벨(미녀와 야수), 자스민(알리딘), 포카혼타스, 뮬란, 티아나(공주와 개구리), 라푼젤, 메리다(메리다와 마법의 숲), 모아나, 라야(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안나와 엘사(겨울왕국) 등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데뷔한 14명이다.

이들 중 백설공주, 신데렐라, 오로라, 에리얼, 자스민, 포카혼타스, 뮬란까지 1990년대 7명의 공주들은 ‘오리지널’, 혹은 ‘클래식 프린세스’라고 부르며 이후 나온 공주들은 ‘뉴웨이브 프린세스’라고 분류된다. ‘피터팬’에 등장하는 팅커벨 등은 ‘디즈니 페어리즈’로 따로 분류된다.

사실 ‘요즘 애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공주인 엘사와 안나는 ‘디즈니 프린세스’라고 하기엔 애매한 면이 있다. 디즈니는 ‘겨울왕국’의 국제적인 엄청난 성공으로 엘사와 안나를 ‘디즈니 프린세스’ 라인이 아닌 ‘겨울왕국’ 라인으로 따로 분류했으며 이에 따라 ‘디즈니 프린세스’ 공식 홈페이지의 캐릭터 소개에도 엘사와 안나를 제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린세스 라인’의 시너지를 위해 디즈니 공주 관련 행사에 함께 등장하거나 MD 상품도 프린세스 라인에 포함돼 나오는 등 사실상 ‘디즈니 프린세스’로 활동하고 있다. 역대 디즈니 공주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았던 2019년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에서도 함께 등장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설공주’, ‘잠자는 숨속의 공주’, ‘겨울왕국’



○디즈니 전체를 휘청거리게 한 가장 실패한 공주는?
디즈니 프린세스 중 가장 돈을 많이 번 공주는 단연 엘사와 안나다. 2013년 개봉한 ‘겨울왕국’ 1편은 전 세계에서 12억 9000만 달러(약 1조 7098억 원) 수익을 내 역대 애니메이션 전 세계 흥행 1위에 올랐고 이 기록을 2019년 개봉해 14억 5002만 달러(약 1조 9220억 원)를 벌어들인 2편이 깼다. 한국에서도 두 영화 모두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엘사와 안나의 이 빛나는 성취도 백설공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1937년 나온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는 디즈니 최초 프린세스이자 디즈니의 역사적인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또한 세계 최초 풀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해당 영화가 나온 해 한국은 일제 강점기 시대였던 걸 감안하면 대단한 기술적 성취다.
영화는 당시 제작비로는 어마어마한 숫자인 150만 달러를 들여 그해 북미에서만 800만 달러를 넘게 벌었으며 이후 여러 번 극장에 다시 걸려 총 1억 8492만 달러를 벌었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현재 기준 10억 2133만 달러에 해당하는 수치다.

모든 공주가 웃을 수는 없다. ‘백설공주’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최초로 황금곰상을 받은 ‘신데렐라’를 연이어 히트시킨 후 내놓은 디즈니가 세 번째 공주 벨, 그러니까 1959년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디즈니의 ‘흑역사’라 할 만하다. 디즈니에서 내놓은 여러 애니메이션 제작비에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제작비인 6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으나 530만 달러 수익으로 제작비도 회수하지 못하고 ‘폭망’했다. 이 영화의 실패로 디즈니 스튜디오는 10년 만에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휘청거리기도 했다.

왼쪽부터 ‘모아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말리피센트’, ‘인어공주’



○성격도 인종도 달라지는 디즈니 공주들
뜨거운 인기만큼이나 여러 비판도 디즈니 공주들을 따라다녔다. 특히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 보다는 왕자에게 의존하고 수동적인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1990년대 이전 등장했던 공주들에 대한 비판이 잇달았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키이나 나이틀리는 한 토크쇼에 출연해 “‘신데렐라’는 부자 남성이 자신을 구해줄 것을 기다리고 ‘인어공주’는 남자 때문에 목소리를 포기한다”라며 “내 딸에게는 디즈니 공주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즈니도 이런 비판을 받아들였다. 디즈니 공주가 총출동했던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에서 “덩치 크고 힘센 남자가 나타나면 네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니? 그렇다면 너도 공주야!”라는 대사로 ‘셀프 디스’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당연히 최근 디즈니 공주들이 더욱더 주체적으로 변하는 중이다. ‘겨울왕국’ 안나와 엘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왕자와의 사랑이 아닌 자매애였고 ‘모아나’에서는 주요 남자 캐릭터인 마우이가 모아나를 구해주거나 모아나와 사랑에 빠지는 왕자가 아닌 철저한 조력자로 등장했다. ‘라야의 마지막 드래곤’에서는 아예 주요 남자 캐릭터를 배제했다.

인종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공주와 개구리’를 통해 처음으로 흑인 공주 티아나를 등장시켰고 모아나와 라야는 각각 폴리네시아인과 동남아시아인을 대변했다. 특히 ‘인어공주’에 흑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하고 ‘백설공주’에는 라틴계 레이첼 지글러를 낙점하는 등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면서 원작과 다른 인종을 캐스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편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디즈니 공주 중에서도 가장 수동적인 인물로 비판받는 공주 벨 대신 빌런인 말리피센트을 재해석해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톱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말리피센트를 연기했으며 2014년 1편에 이어 5년 후인 2019년 속편이 개봉했다.

이승미 스포츠동아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