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의사가 되겠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전국 의과대학에는 최상위권 성적의 학생들만 몰리고 있습니다. 한편 사람을 살리는 필수의료 분야(내외과 및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에는 전공의로 지원하려는 젊은 의료인이 없어 난리라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게 소명’입니다. 구급함을 어깨에 걸머지고 국경을 넘나들며 이러한 소명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경 없는 의사회(사진)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입니다.
이들의 출발은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이지리아의 비아프라 내전과 동파키스탄(현재의 방글라데시) 대홍수 때 프랑스의 젊은 의사들이 난민들을 돕기 위해 현지로 파견됩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수십만 명이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속절없이 죽어 나가는 참상을 목격합니다. 이후 고국에 돌아간 그들은 의사로서 인류를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할지를 고민합니다. 1971년, 드디어 파리에서 베르나르 쿠슈네르 등 청년 의사들을 중심으로 작은 비정부기구(NGO)인 ‘국경 없는 의사회’가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 모든 험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에서 꿋꿋하게 활동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분쟁 지역이었던 아프가니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등에서 테러나 납치를 당해 목숨까지 잃은 활동가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세계 각국에서 이들과 뜻을 함께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뒤를 이어 단체에 가입하면서 국제적 민간 구호조직으로 발전해 나갔습니다. 현재는 벨기에 브뤼셀에 총본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20개의 사무국, 50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2000명 이상의 의사와 간호사들을 재해 및 분쟁 지역으로 파견하고 있습니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르완다, 남수단, 아이티, 시리아, 쿠르드 지역 등 전쟁과 재해로 비극이 일어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목숨을 걸고 인도주의를 실천한 공로로 마침내 199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합니다. 1995년부터 3년간 북한에서 펼친 구호 활동으로 1997년 서울시로부터 서울평화상을 수상한 적도 있어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의사의 한자는 ‘醫師’입니다. ‘스승 사(師)’자가 쓰입니다. 어쩌면 의사란 사람을 살리는 일에 더하여 시대를 밝힐 소명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