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나라살림 적자가 54조 원으로 불어나면서 한 해 예상 적자의 92.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 등 정부 수입이 급감한 결과로, 재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쌓여 가는 지방교부금을 반영해 예산안을 다시 짜는 추가경정예산을 잇달아 편성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세수 펑크’ 위기에 놓였는데, 지방정부는 남아도는 돈을 뿌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내국세에서 일정 비율을 떼어내 각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금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증가세를 이어왔다. 이를 반영해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한 시도는 17곳 중 현재까지 12곳이다. 추경 통과 시 이들 지자체의 본예산은 모두 4조5000억 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나머지 5곳도 상반기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인 데다 기초 지자체와 교육청들 또한 속속 추경에 가세하고 있다.
문제는 남아도는 예산의 상당수가 퍼주기식 현금 지원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는 매년 노인 90명을 선발해 공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사업 시행을 예고한 상태다.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어르신들에게 감사효도비 지급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모든 초등학생에게 매달 예체능 교육비를 지급하는 등 대상과 조건을 가리지 않는 경우도 적잖다. 많게는 수백억 원의 혈세가 선심성 사업에 펑펑 쓰이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막상 재정 자립도가 30%에도 못 미치는 곳이 수두룩하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랄 판에 자동으로 이전되는 지방교부금에만 안일하게 기댄 채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방만 경영이 포퓰리즘과 결합하면 지방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지방 분권화 시스템까지 훼손하게 될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무분별한 예산 사용을 견제할 재정 혁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