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호수 물이 언덕까지 넘실대고, 허공을 머금은 채 하늘과 섞여 있네요.
수증기는 호면 위로 피어오르고, 물결은 악양성을 뒤흔들 듯.
건너려 해도 배와 노가 없으니, 한가로운 내 삶이 임금님께 부끄럽다오.
앉아서 낚시꾼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일어나는 물고기 욕심.
(八月湖水平, 涵虛混太清. 氣蒸雲夢澤, 波撼岳陽城. 欲濟無舟楫, 端居恥聖明. 坐觀垂釣者, 空有羨魚情.)
― ‘동정호를 바라보며 장승상께 올리다(望洞庭湖贈張丞相)’·맹호연(孟浩然·689∼740)
나이나 지위에서는 시인이 승상 장구령(張九齡)에게 못 미치지만 둘은 이미 시로써 친밀하게 교유해온 사이. 시인이 대놓고 청탁하기는 거북살스러웠을 테지만 시를 지어 권력자에게 스스로를 천거하는 건 당 사대부 사회에서는 관행처럼 통용되었다. 이를 간알시(干謁詩)라 했다. ‘자신만은 청탁을 부끄러이 여긴다’라 했던 두보도 여러 차례 고위층에게 간알시를 올렸다. ‘늙은 천리마는 천 리 내달릴 생각만 하고, 굶주린 매는 한 번 불러주기만을 기다리지요. 그대가 조금만 마음 써 주신다면, 초야의 이 사람에겐 충분히 위로가 되지요.’(‘좌승 위제(韋濟)에게 드린다’) 조바심이 컸던 만큼 자존심마저 팽개치게 만든 게 간알시였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