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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전세사기 피해 30대女 숨진채 발견… 보증보험 가입 안돼 3억 대부분 날릴 위기

입력 | 2023-05-12 03:00:00

빌라왕 “보험 가입해주겠다” 약속
경찰 “극단 선택 흔적 없어… 조사중”



News1


서울 양천구에서 ‘빌라왕’ 김모 씨로부터 전세사기를 당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올해만 4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의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피해 여성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보증금 3억 원을 대부분 날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11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의 한 빌라 2층에 사는 이모 씨(31)가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락이 안 돼 찾아간 이 씨의 아버지(63)가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유서 등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과 전세사기 피해자단체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전세사기로 2021년 6월 계약 당시 대출까지 받아 건넨 전세보증금 3억 원 중 대부분을 날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씨는 계약 당시 김 씨로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공인중개사도 “김 씨가 임대사업자라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며 신청서까지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씨는 최근 집주인이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에 주택 1139채를 소유한 채 지난해 10월 사망한 빌라왕(당시 42세)이란 사실과, 약속과 달리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김 씨에게 전세사기를 당한 다른 피해자는 “이 씨처럼 당연히 보증보험에 가입됐는 줄 알고 있다가 피해를 본 주민이 많다”고 했다. 김 씨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 중 HUG 보증보험 가입자는 614명으로 절반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씨의 집은 지난해 12월 세무 당국에 압류당한 상태였다. 체납 세금 때문에 압류된 집의 경우 경매에 낙찰되더라도 낙찰자가 가져갈 돈이 없어 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하지 않는다.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해 2억4000만 원을 빌렸던 이 씨는 다음 달 계약 만료를 앞두고 최근 은행에 대출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 노원구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 씨의 아버지는 “전세보증금 문제로 딸이 변호사와 계속 상담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또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오전에는 음식점에서, 오후에는 방송국 조연출로 일하며 ‘투잡’을 뛰던 성실한 딸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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