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철 수의사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고양이가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 때문에 생겨난 미신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곳을 고양이는 왜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일까. 이는 고양이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이 사람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청각과 후각이 매우 발달한 반면 시각과 미각은 그 기능이 특출하지 않다. 청각은 인간의 귀엔 전혀 들리지 않는 높은 음역대까지 들을 수 있다. 양쪽 귀에는 32개의 근육이 발달해 있고 움직임이 자유로워 소리의 진원지까지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다. 회전하는 레이더망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뛰어난 청각은 높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면서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쥐나 새를 사냥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고양이의 코는 인간보다 5∼10배 넓은 후각상피 세포를 가지고 있어서 예민하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구강 내의 야콥슨 기관으로는 추가로 후각 정보를 수집한다. 후각 정보에는 페로몬 성분이 포함되는데, 페로몬으로 상대 고양이의 나이, 성별, 성 성숙 유무, 영양 상태, 몸집까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특히 냄새를 통해 상대 고양이가 최근 다녀온 장소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이는 단독 생활을 하는 고양이들 간 불필요한 다툼을 막는 수단이 된다.
미각은 어떨까? 고양이의 이미지는 고독한 미식가나 까다로운 입맛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인간에 비해 미뢰의 수가 적고 특히나 단맛은 잘 느끼지 못한다. 대신 육식동물답게 아미노산 맛을 잘 구분할 수 있고, 독이 되는 대부분 성분들이 띠는 쓴맛에 민감하다. 이러한 이유로 고양이는 개들처럼 약을 편하게 투여하기 쉽지 않다. 보통 캡슐에 쌓인 형태의 약을 목구멍으로 바로 투약한다.
자, 그래서 고양이는 귀신을 볼 수 있을까? 인간이 고양이에게 직접 물어볼 방법은 없지만 추측건대 고양이가 인간은 인지하지 못하는 음역대를 듣고, 인간은 느낄 수 없는 냄새를 맡을 수 있기에, 인간에게 허공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무언가를 느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혹시 정말 영적인 존재가 있다면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시력은 특출나지 않기 때문에 잘 보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것은 모두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들의 앙큼한 상상일 뿐이지만….
김명철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