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또 시간이 흐르니, 넉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으로 남은 시절이 있었다. 좁은 방 한 칸에 누워 온 가족이 추운 겨울 연탄불 한 장에 손을 모아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함박눈 내리던 골목길 친구들과 뒹굴고 뛰어놀았던 시간. 신문지 접은 봉투에 따끈한 붕어빵 한가득 담아 오셨던 아버지의 구둣발 소리를 빛바랜 화선지 창호문 앞에서 손꼽았던 시절. 온 가족이 함께 보냈던 그 시절이 지금 보니 참 행복했었다.
하지만 그때만 그랬을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지금도 주변에 많을 것이다. 봄비에 흩날려 떨어지고 가련하게 매달려 있는 마지막 목련꽃 한 송이, 따뜻하게 끓인 미역국에 상큼한 김치 한 조각을 맛보는 아침 식탁, 누군가 핸드폰으로 보내온 반가운 소식, 조간신문에 실린 기부 천사들의 훈훈한 기사 한 줄을 읽는 시간…. 대수롭지 않다고 해도 일상에 언제나 녹아 있는 무수한 행복 조각들을 맞춰 보는 5월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발견할 수 있는 행복이 우리 곁엔 항상 있다.
최상훈 철원 김화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