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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속 묻혔던 ‘1000년 금동보살상’ 첫 공개

입력 | 2023-05-12 03:00:00

강원 양양 선림원지서 8년전 출토
보존처리후 불교중앙박물관 전시
장신구 따로 만들어 옷입히듯 감싸
“섬세함 극치… 국보급 걸작” 평가




금동보살상을 감싼 화려한 목걸이와 팔찌, 보살상을 받치는 귀꽃(석탑 등의 추녀마루 끝에 새기는 꽃 모양 장식) 문양 대좌(臺座)까지…. 1000년이 넘도록 흙에 파묻혀 있던 9세기 통일신라 불교조각의 걸작 ‘강원 양양 선림원지(禪林院址) 출토 금동보살입상’(사진)이 보존 처리를 마치고 11일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처음 자태를 드러냈다.

2015년 10월 선림원지에서 엎어진 채 출토된 이 금동보살입상은 불상의 높이가 38.7cm이고, 대좌(14cm)와 불상 주변을 감싼 광배(光背)까지 더하면 크기가 60cm에 이른다. 2020년 ‘미술사학연구’에 관련 논문을 발표한 임영애 동국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통일신라시대 금동보살입상은 30cm가 넘는 것이 손에 꼽을 만큼 드물고, 그중에서도 이 불상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보살상의 온몸을 감싸는 장신구가 전부 따로 제작돼 ‘신라 금속공예의 걸작’이란 평가가 나온다. 보살상의 머리에 씌운 보관과 목걸이, 팔찌, 전신에 두른 영락(瓔珞·구슬을 꿰어 만든 장신구) 등이 따로 만들어져 불상에 옷을 입히듯 장식됐다. 왼손에 든 정병(淨甁·깨끗한 물을 담는 병)도 마찬가지다. 임 교수는 “주물로 한꺼번에 보살상과 장신구를 제작하지 않고 하나하나 섬세하게 제작해 장착한 경우를 이전에는 보지 못했다”며 “보살상의 눈썹과 눈, 콧방울, 콧수염 등을 먹으로 그려 섬세함을 더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불상의 가치가 국보로 지정되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선림원지는 9세기 창건된 선종사찰 억성사(億聖寺)가 있던 곳이다. 이 유물은 9세기 후반 제작됐다가 10세기 초 산사태로 사찰과 함께 땅속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불상이 신라 왕경(王京)에서 만들어져 억성사에 전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불상은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다음 달 25일까지 열리는 ‘명작: 흙 속에서 찾은 불교문화’ 특별전에 전시된다. 불상의 보존처리를 맡았던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의 이재성 학예연구사는 “흙 사이로 희끗희끗 금빛과 장신구들이 보였다. ‘정말 아름답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며 유물을 처음 본 순간을 회고했다. 전시는 무료.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