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이번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리스에프앤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을 다들 보셨을텐데요. 이번 대회에서 부상을 딛고 통산 7승을 거둔 이다연(26)보다 더 관심을 많이 받았던 선수가 있었습니다. 최종 4라운드 14번홀(파4)까지 이다연과 공동 선두 경쟁을 하던 방신실(19)입니다. 최종라운드에는 약 1만 명의 갤러리가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파72)를 찾았는데, 방신실을 향한 응원이 많았습니다. 방신실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273야드(약 250m)의 드라이브 비거리를 보이며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갤러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방신실의 이번 대회 평균 비거리는 현재 투어에서 드라이브 거리 1위인 황유민(20·259야드)보다 약 15m 더 길었습니다. KLPGA투어 해설을 전문으로 하는 김재열 SBS골프 위원은 “원래도 장타자였는데, 이번 대회 때 보니 거리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방신실이 지난달 30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크리스에프앤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샷을 하고 있다.
●방신실, 생각보다 많이 볼 수 없다
이 대회가 끝나고 많은 팬들이 방신실을 언제 다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습니다. 방신실을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KLPGA투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인 ‘시드’를 살펴봐야 합니다.
국가대표 출신인 방신실은 지난해 11월 열린 KLPGA 2023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본선에서 40위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KLPGA 챔피언십은 132명 대회여서 통상 시드전 37위까지 참가할 수 있는데, 참가할 수 있는 다른 일부 선수들이 참가를 포기하면서 40위였던 방신실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만약 방신실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면 이번 시즌 풀시드는 물론이고, 2026년까지 시드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방신실 입장에서는 15번홀(파5)에서 퍼트 실수로 보기를 범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승을 놓친 시드순위 40위의 방신실은 이번 시즌에 몇 개 대회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요. 대회 상황마다 다르지만 방신실은 시드 순위 47위까지 출전 보장이 되는 144명 출저전 대회에는 100% 참가할 수 있고, 132명 출전 대회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방신실보다 앞선 순위의 선수가 참가를 하면 방신실이 참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32명 출전 대회에 방신실이 참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KLPGA투어에서 132명 이상 선수가 참가하는 대회가 몇 개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보면 132명 대회는 4월 말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 시즌과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에도 KLPGA 챔피언십이 가장 먼저 열린 132명 출전 대회였습니다. 이후 132명 이상이 출전하는 대회는 7개였습니다. 방신실이 132명 출전 대회에 모두 참가하고 메인스폰서 대회에 추천선수로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시즌 방신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10개 대회가 채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방신실이 대회에서 우승을 신고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2023시즌 정규투어 대회별 참가가능 시드순위>
구분
총 참가선수
추천선수
시드권자
시드순위자
108명 대회
108명
6명
84명
18명(시드순위 17위)
120명 대회
120명
7명
84명
29명(시드순위 27위)
132명 대회
132명
8명
84명
40명(시드순위 37위)
144명 대회
144명
9명
84명
51명(시드순위 47위)
●방신실, 신인왕 되기 힘들다
이것이 방신실이 신인왕이 되기 힘든 이유입니다. 지난해 ‘오구플레이’ 논란으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장타자 윤이나(20)와 비슷한 성향의 신인 선수 등장에 일부에서는 ‘김민별이 독주하던 신인왕 경쟁에 방신실이 새로 합류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신실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방신실이 신인왕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방신실은 KLPGA 챔피언십에서 4위를 해 신인왕 포인트 150점을 얻었지만, KLPGA투어는 방신실을 순위 내에 적어두지 않았습니다. 풀시드를 소유했다면 9위에 적혀야 하지만 방신실은 조건부 시드 소유자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무대에 있는 월요예선이나 일본 무대에 있는 시드 리랭킹전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방신실 같은 선수들이 2부 투어에서 뛰면 안된다는 이유입니다. 월요예선은 방신실처럼 대회 참가 자격이 없는 선수들끼리 모여 경기를 펼친 뒤 상위 랭킹 선수에게 참가 자격을 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골프장 사정상 1주일 내내 골프장을 비우기 힘든 점 등을 이유로 한국 무대에서는 사실상 월요예선 도입이 힘들다는게 골프계의 중론입니다. 시드 리랭킹전 역시 선수들을 ‘무한경쟁’에 집어넣는다는 비판과 함께 행정적인 절차가 복잡해 KLPGA투어도 난색을 표합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