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고영표. 뉴스1 DB
믿었던 외인 웨스 벤자민은 부진하고 ‘영건’ 소형준은 부상을 당했다. 리그 최고로 꼽히던 KT 위즈 선발 투수진이 한 달만에 크게 헐거워졌다. 이제 KT가 기댈 마지막 희망은 ‘에이스’ 고영표(32)뿐이다.
KT는 지난 11일 경기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서 1-4로 패했다.
지난 2일 SSG 랜더스전에서 길었던 9연패를 끊었던 KT는 다시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최근 17경기에서 단 1승(1무15패)에 그친 최악의 부진이다.
KT는 지난해 ‘선발 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발투수 자원이 풍족했다. 고영표와 소형준에 엄상백, 배제성이 가세해 국내 선발 자원만 4명에 달했다. 여기에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이 시즌 중반 합류해 활약했고 기존 외인인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끼지 못할 정도였다.
올해도 기존 전력이 유지됐기에 이 장점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선발 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장점이 퇴색했다. KT는 현재까지 선발 평균자책점이 4.67로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예상 못한 변수들이 발생한 결과다.
지난 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재계약한 벤자민은 올 시즌 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는데, 막상 시즌 개막 후엔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소형준은 부상으로 앓아누웠다. 개막 2번째 경기인 4월2일 LG전에서 2⅓이닝 9실점의 최악투를 한 뒤 전완근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던 그는 한달여 만인 이달 3일 SSG 랜더스전에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2번째 경기인 10일 NC 다이노스전 경기 도중 팔꿈치 통증을 느껴 강판했다. 검진 결과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 파열. 수술이 불가피해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여기에 엄상백도 부상으로 시즌 시작이 늦어졌고 배제성은 부진한 성적에 2군으로 내려갔다. 믿었던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되면서 KT는 날개 없는 추락 중이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 뉴스1 DB
팀이 장기 연패에 빠지지 않기 위해선 에이스가 등판할 때만은 이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영표가 등판하는 12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매우 중요하다.
고영표는 당초 지난 5일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비로 밀렸다. 이후 6일에도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또다시 비가 내리면서 아예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기로 했다.
그 사이 KT는 모든 경기를 패하며 또다시 6연패 수렁에 빠졌다.
고영표로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등판한다. 현재로선 KT가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카드이기에, 반드시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 또한 ‘에이스’의 덕목이다. 지난 2년간 활약을 펼치며 리그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선발’로 우뚝 선 고영표는 또 한 번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