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서울 종로구 창신2동 주민센터 마을복지팀 여태운 주무관(29)은 지난달 27일 이 같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린 담담한 목소리의 50대 남성 A 씨는 고독사 위험 1인 가구로, 주민센터 안부 확인 대상자였다.
A 씨는 별말 없이 감사 인사만 한 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여 주무관은 즉시 자리를 박차고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어쩐지 나쁜 예감이 들어서다.
여 주무관은 침착하게 112와 119에 긴급상황임을 알렸다. 그의 신속한 대처로 A 씨는 의식을 되찾았다. 이후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A 씨는 지난해 12월에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 있다. 아들뻘이나 다름없는 여 주무관은 이후 반년 가까이 A 씨와 정기적으로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를 살뜰히 챙겼다. 여 주무관은 동 주민센터로 라면과 생필품 등 각종 기부품이 들어오면 직접 A 씨에게 배달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현재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A 씨는 여 주무관의 설득 끝에 종로구정신건강복지센터 연계 자살 고위험군 관리를 받기로 했다. 센터 측은 다음 주부터 그가 입원 치료를 받는 병원을 찾아 상담 및 사례 관리에 돌입할 예정이다.
여 주무관은 “처음 (극단적 선택) 현장을 목격했을 때 두려움보다는 이분을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퇴원 후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온전한 일상 회복을 하실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