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겪은 일을 반드시 녹음하고 기록해놔야 한다”며 그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12일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도 지난 공판기일에 이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정 전 실장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정 전 실장 측은 지난 공판기일과 마찬가지로 유 전 본부장의 기억·진술이 달라진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제가 제일 후회하는 것은, 반드시 녹음하고 기록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모든 공무원들에게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저하고 똑같은 일을 당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혐의를) 다 털어놨으면 이런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행히도 김용·정진상처럼 죄를 부인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는지와 관련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은 유 전 본부장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들과 결탁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별건 재판에서 같은 취지의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유 전 본부장 측은 “제가 설령 저렇게 이야기했더라도 모든 결정의 인허가권자는 시장”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남 변호사에게 앞선 말들을 건넨 것도 “그를 설득해야 했다”며 “남욱이 이 대표에게 반감을 갖거나 주민들 사이 반대세력을 키우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술값’ 때문에 남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유씨는 2013년 1월 혹은 2월 남 변호사가 요구하지도 않은 2천만원을 가져와 이를 받았다며,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첫 뇌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당시) 공직자 신분으로서 그 돈을 순순히 받았느냐”고 하자 유 전 본부장은 “그때 상황들이 좀 있었다. 정진상하고 김용은 술만 먹으면 내 앞으로 다 달아놨고 그게 잦았고 많았다”고 했다.
이날 재판은 유 전 본부장의 건강 문제로 이른 시각에 마무리됐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남은 증인신문 절차는 오는 16일 진행된다.
정 전 실장은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에게 대장동 사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인 24.5%(약 428억원)를 나눠 갖기로 약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남시 정책비서관을 맡으며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고도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