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마 전 국제형사재판소의 검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해 예심부가 이를 발부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푸틴처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면 북한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은 12일 송상현국제정의평화인권재단이 법무법인 율촌 렉처홀에서 개최한 제1회 명사 초빙 특강에서 ‘형사정의를 통한 세계평화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등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석사논문 지도교수이기도 한 송 전 소장은 지난해 9월 15일 송상현재단을 설립해 정의, 평화, 인권의 가치 등과 관련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송 전 소장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초대 재판관을 지냈다.
송 전 소장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와 관련해 “재판소의 수사팀이 전투현장과 관련 도시를 방문해 여러 가지로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역사상 세 번째로 이 같은 대담한 청구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회원국이 아니어서 국제형사재판소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음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전쟁 상대국인 우크라이나는 의회에서 로마규정을 비준하기 전에 정부가 로마규정상의 관할권을 수락하는 통지를 했으므로 수사팀의 입국과 수사가 가능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검사가 푸틴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 소장은 “영장이 발부되면 재판소는 모든 국가에게 혐의자를 체포해서 헤이그로 인도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다”면서 “그러나 푸틴은 국제형사재판소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체포영장 자체를 무시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푸틴을 체포해서 헤이그로 인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영장은 시효가 없으므로 푸틴이 사망할 때까지 그를 향해 효력이 발생한다”고 했다.
송 전 소장은 푸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국은 푸틴이 자기 나라 영토에 들어오면 그를 체포해서 헤이그로 인도해야 할 조약상의 의무가 있다”라며 “푸틴은 그의 생을 마감할 때까지 여행제한이나 외교활동제약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다. 국제사회에서 영장발부가 갖는 상징적 의미도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미국 CNN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로 푸틴 대통령의 세계가 훨씬 작아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송 전 소장은 전쟁지역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에 대한 기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물론 비정부기구와 국제기구 등이 전쟁지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를 꾸준히 조사하고 기록하고 있다”면서 “증거를 찾고 증언을 남겨 잊혀지지 않도록 해서 보존된 기록은 언젠가 지난날을 되돌아볼 때 큰 의미와 쓰임새가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 소장은 “2차 대전 당시 잔혹한 일을 많이 저질렀던 독일 나치가 훗날 전쟁범죄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라며 “후일 단죄가 완벽하진 않았을지언정 세계는 그들의 죄를 그냥 넘기지 않고 법정에 세워서 죗값을 치르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러시아도 비슷한 궤적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행사는 전우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김용덕 전 대법관(송상현재단 이사장)의 환영사, 송 전 소장의 강연 등으로 이어졌다. 윤영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진행 하에 대담도 진행됐고, 황철규 세계법조인협회 부회장(송상현재단 운영위원장)의 폐회사로 마무리됐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