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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시찰단, 日 오염수시설 전반 점검”… 시료채취 안해 실효성 논란

입력 | 2023-05-13 03:00:00

한일 ‘오염수 시찰’ 국장급 실무회의
안전 전문가 등 20여명 23일 파견
정부 “현장 데이터 요구땐 협조를”
“보여주는 자료만 보고올것” 우려도



韓日, 어제 서울서 ‘오염수 시찰’ 국장급 협의 윤현수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오른쪽)과 가이후 아쓰시 일본 외무성 군축불확산과학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일 외교당국은 이날 국장급 실무협의 자리에서 한국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에 시찰단을 파견하는 것과 관련해 시찰 내용 등을 조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시찰단 방문과 관련해 “오염수의 해양 방류 전반에 걸친 안전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같은 날 오후 진행된 한일 국장급 시찰단 관련 실무협의에서도 정부는 오염수 관련 시설 운영 전반을 확인하겠단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로 데이터(raw data·원본 자료)를 요구할 경우 협조해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이번 시찰단 파견이 오염수 정화·방류 시설의 운영 전반을 직접 보고 오는 ‘현장 확인’ 성격이지, 시료 채취 등 ‘독자 검증’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시찰단이 국민 불안을 불식시킬 만큼 실효성 있는 조사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 “최고전문가로 시찰단 구성”… 시료채취는 안 해

국무조정실 박구연 1차장은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 외교부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수 정화 및 방류 시설 전반의 운영 상황과 (일본의) 방사성 물질 분석 역량 등을 직접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원자력 안전 전문가로 꾸려진 시찰단이 후쿠시마 현지에서 오염수 처리 시설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방류 시설인 해저 터널 등을 직접 보고 점검하겠다는 것. 일본이 “ALPS를 이용한 정화 작업으로 (오염수에서)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이 제거됐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시찰단은 실제 일본이 방사능 유해 물질을 분석해낼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시찰단은 23∼24일 파견된다. 정부는 부처, 산하 기관 관계자를 포함해 20여 명 규모로 시찰단을 꾸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차장은 “안전규제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찰단에는 그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을 연구해 온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담당 연구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학교수나 환경단체 관계자 등 민간 전문가들은 시찰단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차장은 “일본이 시찰단 파견을 ‘정부 대 정부’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민간 전문가가 (시찰단에) 끼는 부분에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했다. 박 차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 중 일본 현지를 직접 확인하는 사례는 한국이 최초이자 유일하다고도 했다.

최근 2년여간 일본으로부터 ‘방사선영향평가 검토 기준’ 등 자료를 제공받아 검토해 온 정부는 이번 시찰 후 점검 결과까지 종합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독자적인 안전성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시찰 계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가능성에 “그럴 일 없어”
2013년 이후 국내 수입이 금지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이 이번 시찰단 파견을 계기로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박 차장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일축했다. 박 차장은 “10년 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것”이라며 “(수입 금지를) 풀려면 반대로 과학적 기술적으로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고 국민들께서도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시찰단의 오염수 시료 채취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IAEA의 시료 채취와 분석에 한국 정부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우리가 또 처리수(오염수)를 채취하겠다 하면 국제기구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시찰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는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 주장에 대한 반론 자료를 만들지 못한 상황”이라며 “일본에 가더라도 보여주는 자료만 확인하고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제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IAEA가 검증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 정부가 독자적인 안전성 검증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유엔해양법협약에 규정된 우리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