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회담 시동… ‘정상 통화’ 전망도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 8시간 이상 대화를 나눴다. 이번 회담은 2월 초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전격 연기된 이후 3개월여 만에 이뤄진 최고위급 회담이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갈등 완화를 위해 중국에 ‘대화 시그널’을 보내는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중 정상 간 전화 통화가 곧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전날부터 이틀간 왕 위원과 빈에서 회담했다. 두 사람은 미중 관계와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대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전했다.
미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왕 위원에게 “미중이 경쟁 관계에 있지만 이것이 갈등이나 충돌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2일 “왕 위원이 대만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전략적인 대화 채널을 잘 활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美가 먼저 대화 손짓… 中 “뒤로는 계속 압박” 갈등 불씨
설리번-왕이 8시간 회동
정찰풍선 사태 석달만에 고위급회담
美 “경쟁이 충돌-갈등 의미하진 않아”
中 “주권-안보 훼손행위 중단해야”
정찰풍선 사태 석달만에 고위급회담
美 “경쟁이 충돌-갈등 의미하진 않아”
中 “주권-안보 훼손행위 중단해야”
마주앉은 미중 외교사령탑 10일(현지 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에서 두 번째)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오른쪽)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하고 있다. 빈=신화 뉴시스
먼저 관계 개선의 군불을 때는 곳은 미국이다. 8일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 등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한 유화적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달 말에는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장이 만날 예정이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 간 회담 성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미국 측이 국방장관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현 제재 대상인 리 부장에 대해 “제재를 풀라”는 중국 측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중국은 이와 동시에 “우리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라”고 미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과 소통을 원하면서도 뒤로는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중국의 이익과 레드라인을 존중하며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12일 “미국이 중국을 억압하면서 대화 의사를 표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왕 대변인은 또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합의가 나올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제적 협박에 대해 가장 먼저 성토당해야 하는 쪽은 미국일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미국은 국가 안보 개념을 반복적으로 확장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다른 나라 기업에 불공평한 조치를 취했다. 이 행위는 시장경제와 공평한 경쟁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