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화 땐 전쟁 불확실성 높이고, 허위정보 퍼뜨려 생각 조작하는 등 악용되면 인간 힘으로 대응 어려워… 올바른 가치관 기반한 미래 만들어야 ◇AI 이후의 세계/헨리 키신저, 에릭 슈밋, 대니얼 허튼로커 지음·김고명 옮김/296쪽·1만9800원·윌북 ◇1%를 보는 눈/크리스 존스 지음·이애리 옮김/344쪽·1만8000원·추수밭
‘AI 이후의 세계’의 저자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 사진),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가운데 사진), 대니얼 허튼로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슈워츠먼컴퓨팅대 학장. 저자들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인간은 15세기 인쇄 혁명 이후 가장 큰 문명의 전환점에 서 있다고 강조한다. 윌북 제공
혹시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 앱을 사용하는지? 도로 정체가 생기면 앱은 사용자들이 특정 경로에 몰리지 않도록 여러 서로 다른 길을 추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누군가는 편한 대로로 가고, 다른 누구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로 가게 된다. 당신은 인공지능(AI)에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이미 사실상 행동을 통제당하는 세계에 사는 셈이다.
책에 따르면 AI는 세계 안보 질서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냉전 시대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았던 까닭은 간단하다. 쐈다가는 남아있는 상대방의 핵전력으로 보복당해 자신도 절멸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상호 확증 파괴’ 전략이 받아들여지면서 핵 사용은 억제됐다.
구글이나 바이두 등 글로벌 네트워크 플랫폼의 AI는 전례 없는 편익을 줬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 크다. AI는 이용자에게 콘텐츠와 관계를 추천하고, 정보와 개념을 분류하고, 이용자의 취향과 목적을 예측하면서 개인적, 집단적, 사회적으로 특정한 선택을 부추길 수 있다. 당신의 생각을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에도 악의적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리려는 시도를 완벽히 제압하기는 힘들었지만 만약 생성 AI가 혐오와 분열을 조장할 목적으로 악용된다면 인간의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저자들은 AI 발전의 역사를 일별한 뒤 “아직은 인간이 미래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우리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