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없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상용화하는 ‘에코알엔에스’ 소형 배터리 재활용 위해 개발… 전기차 시장 커지며 관심도 증가 습식 방식에 비해 공간 적게 차지… 처리 물량 늘어도 공장 증설 쉬워 “내년 양산 후 세계 시장 진출”
류상훈 에코알엔에스 대표이사가 9일 부경대 연구실에서 탄산리튬을 결정화시키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폐수가 나오지 않는 공정이어서 연구실에서 리튬을 추출하고 있다. 부산=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배터리에서 리튬은 핵심 물질이다. 한국이 잘 만드는 삼원계(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와 중국이 많이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모두 리튬 이온 배터리 계열이다. 리튬을 기초로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과 국가 간 경쟁은 계속 치열해지고 있다.
부산에 있는 에코알엔에스(류상훈 대표이사·44)는 특허받은 기술을 활용해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스타트업이다. 기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은 폐수가 동반되는 습식 공정을 이용하는데 이 회사는 폐수가 없는 건식 방식을 쓴다. 습식 공정은 폐배터리에서 나온 검은 가루(블랙 파우더)를 강한 산성 물질(황산이나 질산)에 녹여서 추출하는데, 추출 후 남는 폐수는 시간과 돈을 들여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 에코알엔에스는 폐배터리에서 나온 검은 가루에 이산화탄소를 직접 결합시켜 리튬(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추출한다.
9일 부경대 용당캠퍼스에 있는 에코알엔에스의 연구실에서 만난 류 대표는 “폐수는 일절 나오지 않고, 설비도 기존 습식 공정의 10분의 1 수준으로 간편하다”고 했다. 류 대표는 이산화탄소까지 줄여주는 이 기술을 부경대학교기술지주회사로부터 이전받아 2020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연구실에서 만든 리튬은 판매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쌓았다. 양산을 위해 올해 말까지 연간 6000t의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폐수 생성 없이 실험실서 리튬 추출
9일 찾은 부경대 용당캠퍼스 내에 자리한 에코알엔에스의 연구실은 석탄 같은 검은 가루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재활용의 원료인 ‘블랙 파우더’ 흔적들이다. 검은 가루를 반응로에 넣으면 탄산리튬이 함유된 검은 가루가 나오고 이를 증류수에 녹인 후 결정화 과정을 거치면 LFP 배터리 제조 공정 등에 쓰이는 탄산리튬이 만들어진다. 별도 공정을 추가하면 삼원계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이 나온다. 증류수는 재활용에 사용한다. 김문성 연구원은 “약 60kg의 원료를 넣으면 10kg 정도의 탄산리튬이 나온다”고 했다.에코알엔에스의 기술은 기존 습식에 비해 훨씬 단순한 공정과 적은 설비로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류 대표는 “탄산리튬 생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제조원가는 약 30%, 설비투자에서는 40%가량 더 경제적”이라고 했다. 습식은 건식에 비해 공정이 더 복잡하고, 원료를 녹이는 데 쓰이는 용액(황산) 부피가 원료의 10배나 돼 설비 면적도 그만큼 더 필요하다. 류 대표는 “전기차의 증가로 향후 재활용 처리 물량이 늘어날 때 공장 설비를 증설할 때도 건식이 유리하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인천 송도신도시에 냉난방을 공급하는 인천종합에너지에서 이산화탄소 포집 겸 리튬 추출을 실증시험하는 모습. 에코알엔에스 제공
효율이 좋은 리튬 추출 외에 니켈이나 코발트 추출 기술에 관한 특허도 등록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다. 현재 상태로도 사업화하는 방안은 있다. 류 대표는 “기존 습식 공정은 리튬 추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리튬을 추출하고 남은 가루를 습식 공정으로 보내는 협업을 하면 국내에서 니켈과 코발트까지 완전하게 추출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테슬라가 중국 기업들에 대량 주문을 하면서 LFP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배터리에서는 리튬이 경제적 가치가 가장 크기 때문에 에코알엔에스의 기술을 적용하기 더 좋다.
●휴대전화 배터리 재활용하려 기술 개발
그는 “무엇보다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등의 광물이 국내에서는 나오지 않는데,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고 했다. 기술 개발을 위해 당시 국내 배터리 제조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당시에는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의 가격이 지금의 5∼10% 수준으로 낮은 때여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왕 교수는 “당시는 리튬 등의 광물이 비싸지도 않았고 구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어서 재활용 기술 개발의 수요가 크지 않았다”고 했다.
왕 교수는 “국내에는 없는 핵심 광물들이니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기술을 개발해 두면 언젠가는 쓰일 것이라는 마음으로 국책 연구과제로 제안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했다. 특허를 먼저 등록하고 학계에 논문으로도 발표했다. 이후로도 한참 동안은 리튬 등의 가격이 비싸지 않아 주목받지 못하다가 3∼4년 전부터 핵심 광물 가격이 오르고 탄소중립 이슈까지 겹치면서 관심을 받게 됐다. 여러 기업에서 기술 구매 문의가 있었지만 스타트업을 통해 사업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그는 “기술력을 알아본 투자 기업이 사업을 운영할 경영자 등을 잘 연결해 줬고, 같은 대학 공간에 회사를 둘 수 있어 사업화에 용이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모든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할 것”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