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 미술 여행 로마 유적 가득한 고대도시 아를… 명소로 떠오른 ‘루마 아를’ 뮤지엄 안도 다다오의 이우환 미술관 등 고흐의 그림따라 론강-카페 여행 흔적 남은 세잔의 아틀리에를 지나, 생트빅투아르산 스케치도 해볼만
프랑스 남부 도시 아를에 개관한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마(LUMA) 아를 뮤지엄’.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와 아를의 고대로마 원형경기장을 모티브로 한 현대 건축물이다. 아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아를은 로마 원형경기장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대로마 유적이 즐비하다. 또한 ‘빛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15개월간 머물며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낸 곳이다. 최근에는 고흐의 그림을 모티브로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마(LUMA) 아를’이 문을 열었고, 한국의 이우환 화백(86)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도 개관했다. 고흐와 세잔의 숨결이 살아 있는 프로방스로 미술 여행을 떠나보자.》
“Starry, Starry Night∼”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린 론강의 밤 풍경.
● 고흐의 그림 따라 아를 여행
고흐, 모네, 세잔 등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던 인상파 화가들이 살던 프랑스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바로 그림을 그렸던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다. 아를 시내 곳곳에서 고흐가 걷는 모습이 새겨진 길바닥 동판을 따라가면 고흐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35세의 고흐는 1888년 2월부터 1889년 5월까지 약 15개월간 머물며 ‘해바라기’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 병원의 정원’ ‘고흐의 방’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등 유화 200여 점을 그렸다. 고흐와 고갱이 함께 살았던 노란집.
고흐가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린 포룸 광장의 카페.
함께 살던 고갱이 다툼 끝에 파리로 돌아가버린 크리스마스이브날.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잘라 휴지에 싸서 한 여인에게 선물로 준다. 고흐는 결국 동네에서 쫓겨나 생레미 정신요양원으로 이송된다. 고흐가 귀를 치료했던 아를 시립병원 2층에서 그는 정원을 그렸다. 지금은 ‘에스파스 반 고흐’라는 기념관이 된 이곳에서 정원의 분수와 꽃밭, 노란색 기둥을 쳐다보며 그림 속으로 빠져든다.
●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닮은 미술관
외벽은 햇빛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면모하는데, 특히 밤에 조명이 들어오면 환상적이다. 건물의 푸르스름한 외관은 고흐의 그림 속 밤하늘이 되고, 오렌지색 조명이 들어온 창문은 맴도는 별빛이 된다. 아랫부분 원통 모양의 유리 건물인 드럼(Drum)은 아를의 로마 원형경기장을 모티브로 했다.
이곳은 1938년부터 프랑스의 국영철도회사(SNCF)가 소유하던 철도 보관소였는데, 현재는 정원과 전시공간, 예술가 작업실, 호텔, 카페 등이 지어졌다. 루마 아를 내부 로비에는 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올 수 있는 미끄럼틀이 있다. 작가 카르슈텐 횔러의 작품으로, 자칫 엄숙해질 수 있는 박물관에서 웃음을 주는 장치다.
루마 아를 9층 테라스에는 프로방스산맥과 론강, 습지를 볼 수 있는 파노라믹 뷰가 펼쳐진다. 1층 로비에 있는 ‘드럼 카페(Drum Cafe)’에서는 동서양의 퓨전음식을 즐길 수 있는데, 천장에 빨강 초록 노랑 등 각종 배관이 노출돼 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 외관을 보는 듯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아를 이우환 미술관 1층에 전시된 돌과 철로 된 ‘관계항’ 작품.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세잔의 아틀리에. 세잔이 그렸던 사과와 정물이 그대로 놓여 있다.
세잔의 아틀리에 뒤쪽 언덕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화가들의 땅(Terrain des peintre)’이 나온다. 세잔이 사과와 함께 죽기 직전까지 그렸던 생트빅투아르산이 훤히 바라다보이는 지점이다. 세잔의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뾰족한 산과 삼각형, 네모꼴 모양의 집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세잔처럼 수첩을 꺼내 생트빅투아르산을 펜으로 그리고, 수채물감으로 칠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입에는 미소가 담겨 있었다.
가볼 만한 곳=프로방스의 대표적인 농산물은 올리브다. 아를에 있는 ‘마리위스 파브르(Marius Fabre)’는 1900년부터 4대째 천연 올리브 오일과 카마르그 습지의 소금 등 천연재료만으로 만드는 마르세유 비누의 명가다. 피부에 좋은 프로방스 전통 수제비누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로마 원형경기장 옆 레스칼라두(L’escaladou) 레스토랑에서는 부야베스(bouillabaisse)를 맛볼 수 있다. 지중해에서 잡은 생선에 양념을 넣어 끓인 수프에 우선 빵을 찍어 먹다 보면, 테이블에서 직접 뼈를 발라 접시에 담아준다. 40년째 엄마와 딸로 이어지는 손맛은 비린 느낌 하나 없는 프로방스 전통 생선요리를 맛보게 해준다.
아를·엑상프로방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